[강한 중소기업을 만들자] 2부. <상> 대-중기는 공동운명체

품질지도서 판로개척까지 "상생 본궤도"
공동 R&D·현금성 결제확대등 산업계 전반 확산
대-중기 넘어 대기업간, 중소기업간 협력도 활발
납품단가 인하요구등 불공정거래 관행 아직 남아
"원자재가격 사전예고제등 제도적 장치 마련 필요"


상생협력은 몇 년 전만 해도 기업 간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삼성ㆍ현대 등 대그룹을 넘어 전 산업계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능력 제고도 중요하지만 기업 네트워크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우선이라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상생협력은 과거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품질지도를 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기술ㆍ자금ㆍ판로ㆍ인력 등 여러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에서 이제는 대기업과 대기업, 중소기업과 중소기업 등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기업이 살아 남기 위한 핵심역량으로 떠오른 상생협력의 현황과 문제점을 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명해본다. 지난 8월 노키아는 일본의 마쓰시타전기가 납품하는 휴대폰 배터리가 이상과열 현상을 보인다며 4,600만개 전량에 대해 리콜을 실시했다. 원인은 절연체 파열 등 제조 과정상의 단순 실수였다. 리콜 비용은 모두 1조1,400억원으로 마쓰시타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의 28%에 달했다. 노키아는 이 리콜로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노키아의 리콜 사례는 협력업체의 품질관리가 완제품 업체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부품업체와의 상생협력 없이는 기업 성장은 고사하고 생존도 불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기업 간 상생협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대기업은 혼자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하는 중소기업이 같이 커야 비로소 세계 시장에 명함을 내밀 수 있다. 국내에서 실질적인 의미의 상생협력 역사는 일천하다. 하지만 민간 기업들이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내용과 깊이가 갈수록 다양하고 깊어지고 있다. 5월 디스플레이 업계가 모여 상생협력결의문을 채택한 것은 국내 상생협력이 본궤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디스플레이 산업에 참여하는 패널ㆍ장비ㆍ재료 업체들은 ▦기술 선도력 확대를 위한 특허 협력 ▦국내 장비ㆍ재료산업 육성을 위한 수직계열화 타파 ▦미래 원천기술 선점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R&D) 등을 합의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상생협력은 이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차원에서 벗어나 대기업 간, 중소기업 간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공동 R&D와 해외 진출도 같이 하는 글로벌 상생으로까지 범위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상생협력을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현해 보다 나은 성과를 내는 곳도 있다. 7월 한국전력이 컨설팅 전문업체 코렘프를 통해 도입한 ‘협력회사지원시스템(sPRMㆍstrategic Partner Relationship Management)’은 금융기관 및 보증기관, 경영지원 콘텐츠사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모기업과 협력회사가 쉽게 활용하도록 구성돼 있다. 이 시스템은 ▦모기업과 협력회사 간 거래내역을 근거로 협력회사가 최우대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받도록 하는 전자발주론, 모기업과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보증보험증권 업무를 신청부터 발급ㆍ제출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전자보증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현재 한국전력을 비롯한 동서발전ㆍ남동발전ㆍ한국수력원자력 등의 발전회사로 확대되고 있으며 협력회사도 sPRM 오픈 4개월 만에 1,700여개가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상생협력은 크게 기술ㆍ자금ㆍ판로ㆍ인력 등의 분야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술 분야에서는 공동 R&D 지원이 2004년 1,803억원에서 지난해 2,866억원으로, 구매조건부 개발사업의 구매액이 50억원에서 218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괄목할 만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자금 면에서는 대기업의 현금성 결제 비율이 2004년 79.1%에서 지난해 82.5%로 늘고 네트워크론(대기업 발주를 토대로 협력기업에 운영자금을 대출하는 것)의 대출 약정액이 지난해 2조2,569억원에서 올 상반기에만 2조3,620억원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현재 삼성은 연간 현금결제 규모가 14조원에 달하며 현대차는 협력업체 중 중소기업에 전액(16조7,000억원) 현금 결제를 해주고 있다. 이밖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해외에 시장개척단을 파견하거나 전시회에 참가해 판로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경영자문을 하거나 전문인력을 파견하는 사업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상생협력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많은 중소기업들은 소외된 채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225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ㆍ중소기업 협력관계가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좋아졌다’는 응답은 20%에 불과했다. 반면 ‘양은 늘었지만 내용은 변동 없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43.1%에 달했다. 실적을 늘리기 위한 투자는 많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됐다는 설명이다. 또 ‘과거와 별반 차이 없다’는 응답은 22.7%를 기록했고 ‘과거보다 후퇴했다’는 응답 비중도 14.2%에 달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아직도 대기업의 일방적 납품단가 인하 요구, 유통업체의 판매장려금 요구, 특허 관련 자료 요구 등 불공정거래 관행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납품단가 인하다. 중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71.2%가 납품단가 인하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국내 굴지의 휴대폰 제조기업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A기업은 5년 전만 해도 1개당 2만원이 넘는 가격에 배터리를 공급했다. 그러던 게 지난해에는 1만원으로 떨어졌고 올해는 5,000원 수준까지 내려갔다. 이 기업의 B사장은 “단가를 내리려면 생산성을 높여 원가를 낮추거나 마진을 줄여야 하는데 마진은 이미 오래 전에 바닥까지 갔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도 이제는 한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생협력이 외형적으로는 상당히 개선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면에서는 아직 미흡하다고 주장한다. 서병문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이제 실질적인 상생협력을 해야 할 때”라며 “이를 위해서는 대ㆍ중소기업 간에 원부자재 가격과 납품단가 연동제, 대기업의 원자재가격 사전예고제, 중소기업의 사업영역 보호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숨은 일꾼’ 大-中企협력재단
협력사업 알선·지원 해외시장 공동개척등 상생협력 전파에 앞장
30대 그룹의 상생경영 투자액은 지난 2005년 1조400억원에서 지난해 1조4,00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현재 2조782억원으로 확대됐다. 또 상생협력을 전담하는 조직을 갖춘 기업도 2005년 4개에서 지난해 15개, 올해는 19개로 증가했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상생협력 전담기관으로 상생협력의 필요성을 기업들에게 인식시키고 우수 협력사례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 온 대ㆍ중소기업협력재단이 있다. 재단은 대·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동반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협력사업 알선·지원 ▦상생협력 인프라구축 ▦신뢰관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으며 이를 위해 기술·인력·판로·공정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재단이 하는 가장 큰 일 중 하나는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지원 사업이다. 이는 대기업의 구매를 조건으로 중소기업이 개발한 신기술이나 국산화 제품에 대해 정부가 개발비의 55%까지 지원해주는 제도다. 지난달 말 현재 중견기업을 포함, 54개 구매기업이 약 149억원의 구매계약을 체결해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은 물론 국산화 제품개발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대기업의 전문인력을 활용하는 중소기업 경영자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가 상생하는 대표적인 협력모델로 500만원 한도 내에서 자문비용의 75%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대기업 및 유관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경영ㆍ회계ㆍ기술ㆍ마케팅 등 각 분야의 대기업 경영자문위원 198명이 자문을 수행중이다. 재단은 또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박람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신청 중소기업에 대한 사전검토제를 통해 해당 제품이나 기술과 적합한 대기업과의 구매상담을 연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제품납품, 기술협력, 협력사등록 등 실질적인 협력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박람회를 통한 오프라인 구매상담 뿐만 아니라 매치넷(www.match.net)을 통한 온라인 거래알선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매치넷은 대기업과 거래를 희망하는 중소기업이 신청을 하면 온라인상으로 대기업과 거래알선은 물론 기술이전, 설비이전, 특허이전 및 공동개발 등의 협력알선을 지원한다. 이밖에 대기업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소 협력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대·중소기업 해외 동반진출 지원, 기업간 협업사업 지원 등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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