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ㆍGM대우ㆍ쌍용차 등 완성차 4사의 노조 통합이 실현될까.
23일 민주노총과 금속산업연맹에 따르면 완성차 4사 노조는 28~30일 조직별로 산별노조 전환 투표를 실시한다. 투표 시기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개표는 30일 저녁 동시에 진행돼 이르면 이날 밤쯤 결과가 확정,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투표에서 노조 별로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얻으면 기업 단위 노조가 해체되고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로 단일하게 조직이 통합된다. 지금까지의 회사별 노조는 금속노조 산하 지부 또는 지회로 변신이 가능하다. 민주노총이나 산별연맹 지침을 단위 기업노조가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거부하거나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민주노총과 금속산업연맹은 이번 투표로 완성차 4사, 특히 기업 단위 노조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차 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되기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
박유순 민주노총 기획국장은 “산별노조는 급변하는 노동시장 변화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납품업체와 완성차업체 노동자가 함께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산별노조는 임금인상, 복리후생 등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기업별 노조의 한계를 뛰어넘어 정치ㆍ경제ㆍ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산별전환 투표를 앞두고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과 남택규 기아차 노조위원장은 공동성명을 내고 “현대ㆍ기아노조가 아니라 하나의 조직인 금속노조 조합원이 되어 하나의 조직과 하나의 힘으로 교섭, 투쟁하여 자본에 맞서자”고 호소했다. 양사 노조위원장은 산별 노조 전환이 고용안정과 노동의 미래를 열어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동운동 지도부의 이 같은 호소에도 불구하고 이번 투표에서 산별전환이 가결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산별노조로 갈 경우 상대적으로 후한 임금과 복리후생 등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 홈페이지에 ‘조합원’이란 대화명으로 글을 올린 노조원은 “조그만 기업체와 대기업이 임금수준을 나란히 맞추려는 것은 결국 자멸의 길”이라며 “중소기업이랑 대기업이랑 같이 가려는 산별노조는 분명히 반대”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현대차 노조의 산별 전환 투표에서도 찬성률이 요건인 3분의 2에 못 미치는 62.5%에 그쳐 실패한 전례도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대차노조 지도부가 산별전환에 강한 의지를 갖고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조합원들의 정서를 감안할 때 현재로서는 투표 결과를 전망하기 매우 힘들다”며 “만약 현대차 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할 경우 타 사업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