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미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부동산 시장이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어 미국 경제가 완연한 침체기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벤처기업 메카인 실리콘 밸리는 경기 악화로 노는(?) 사무실이 속속 늘어나며 부동산 경기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집 값 하락 경고=지난 4년간 주택 가격이 30% 이상 상승하는 등 과열을 보이던 주택시장이 지난 4ㆍ4분기 연율 기준으로 3.3% 상승에 그치는 등 완연한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4일 과열된 주택시장이 올해 침체되고 주택담보융자(모기지) 금리의 하락이 둔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주택시장 냉각이 지난 3년간 미국 경기 둔화를 완충했던 소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주택 소유자들은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주택 매각 또는 주택금융 재융자 등을 통해 2,000억 달러의 현금을 확보했으며, 이중 절반이 소비 활동에 투입돼 미국 경제 성장률에 1% 포인트 기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리콘 밸리, 사무실 매각 러시=3년전 벤처 붐을 타고 신경제의 주역으로 떠올랐던 실리콘 밸리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앞다퉈 헐 값에 부동산을 내놓으면서 사무실 가격이 곤두박칠치고 있다.
인터넷 웹 엔진 업체인 잉크토미는 부도를 막기 위해 지난 8월 1억1,400만 달러에 매입했던 부동산을 지난 12월 4,200만 달러에 팔아치웠다. 그나마 헐 값에라도 부동산이 팔리지 않아 생존이 불투명한 벤처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 실리콘 밸리의 사무실 평방피트당 가격은 지난 2001년 초 60달러에서 지난 4ㆍ4 분기 30달러 이하로 뚝 떨어졌다.
<뉴욕=김인영특파원, 이병관기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