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생존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후세인 정권 축출 후 이라크 과도 정부 수립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영국 BBC방송 인터넷판은 전후 복구 작업을 감독할 세 명의 미국인 고위 지도자중 1명인 벅 월터스가 수십명의 간부들을 이끌고 남부 항구보시 움카스르에서 관련 작업을 개시했다고 8일 보도했다. 월터스는 이라크 재건 인도지원처 책임자로 임명된 제이 가너 예비역 육군 중장 휘하에서 이라크의 전후 복구 작업을 감독할 고위 관리. ORHA는 이라크 과도정부의 부처와 기관들을 이끌 미국 민간인 자문관들도 지명할 예정이다.
미국측은 이미 후세인 정권 축출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과도정부를 거쳐 이라크 민간정부에 권력을 이양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이 같은 미국의 행보는 최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후 복구 사업에 유엔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음에도 불구, 정치적인 판짜기에 관한한 철저히 미국이 주도하겠다는 의도가 내포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종전선언이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포스트 후세인` 체제 수립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는데 대해 세계 각국들은 `견제`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중국과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유엔 안보리의 주요 이사국들과 얀 카반 유엔 총회의장은 8일 유엔이 이라크 전후 재건을 주도해야 한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파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라크의 정치적, 경제적, 인도적, 행정적 재건은 유엔이 단독으로 떠안아야 하는 임무”라도 주장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역시 이날 유엔이 이라크 재건에 중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미ㆍ영 정상회담의 합의를 환영하면서 “유엔은 전후 이라크 재건에서 중심 역할을 할수 있는 경험과 정당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시라크 대통령, 슈뢰더 총리는 오는 11~12일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이라크 전후 처리에 대한 반전국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한 3자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미국 주도의 일방적인 과도 정부 구성에 대한 이라크 반체제 단체들의 반응은 좀 더 격렬하다. 이라크국민회의(INC), 이라크 민족화합(INA), 쿠르드 애국동맹(PUK)등 이라크 반체제 단체들은 8일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라크내에서 또 다른 독재는 용납할수 없다며 미국 주도의 일방적인 과도 정부 구성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입헌군주제운동(CMM)을 이끄는 이라크 왕족 출신인 샤리프 알리 후세인은 “우리는 미국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라며 “제이 가너 과도 정부 수반 내정자 아래에서는 어떠한 임명직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라크 반체제 단체들은 아직 뚜렷한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다 이들 내부에서도 이라크 재건을 둘러싼 미국의 역할을 놓고 의견이 분분해 이미 전후 이라크 정부 만들기 수순을 착실히 밟아나가고 있는 미국의 움직임에 별다른 영향력을 끼치지 못할 전망이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