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외환시장에서는 119엔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엔화환율 119엔대가 붕괴돤 것은 지난해 12월 8일 이후 처음이다. 올들어 수출환경 악화로 가뜩이나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엔저(円低)사태는 업친데 덮친격이다.엔화의 이같은 하락은 일본정부가 9년째 계속되고 있는 불황극복을 위해 경기부양쪽으로 정책을 선회하면서 비롯됐다.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인플레의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돈을 풀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국채를 발행, 재원을 조달해야 할 판국이다.
채권물량이 넘쳐나니까 채권값은 떨어지고 채권유통수익률은 치솟아 장기금리가 오르기 시작한다. 얼어붙어 있는 민간부문의 소비가 활성화 될 턱이 없는 것이다.
일본정부는 장기금리 억제를 위해 다음달 발행하는 장기 국채규모를 당초의 1조8,000억엔에서 1조4,000억엔으로 축소하고 모두 4,000억엔을 들여 단기 국채매입에 나설 예정이다.
국채매입을 통한 장기금리 인하는 물론, 일본 중앙은행의 대량 자금공급을 통해 단기금리마저 끌어내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하야미 마사루(早水優) 일본 중앙은행총재는 단기금리의 목표를 0%까지도 용인하겠다고 경기회복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엔화가치의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제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엔저시대의 본격화를 점치면서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금명간 120~130엔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 전문가는 상황에 따라서는 연말께엔 150엔대이상으로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엔화하락은 우리나라에는 발등의 불이다. 그동안 수출환경의 악화에도 불구, 엔고(円高)에 힘입어 어렵게나마 일본제품과 가격경쟁력을 유지해온 수출업계에 초비상이 걸린 것은 당연하다. 달러화에 대한 엔화환율은 연초 최저치에 비해 이미 10%정도 떨어졌으며 앞으로 더 하락할 경우 원화의 평가절하도 불가피하다.
우리나라 제품이 국제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엔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최소한 10대1은 유지돼야 한다. 벌써 수출업계에서는 달러당 1,300원선을 주장하고 있다. 수출이 한국경제의 유일한 활로라는 점에서 정부의 외환정책에 탄력적인 대응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