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TV] 금융위 자조단, 압수수색 권한 13년만에 첫행사

주식불공정거래 혐의 회계사 상대… “강제조사권 적극 활용”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이 최근 주식 불공정거래 조사를 위한 압수수색 권한을 처음으로 행사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 자조단은 지난 6월1일 국내 대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A씨의 자택과 차량 등을 압수수색했다. 국내 빅4 회계법인 중 한 곳에 속한 A씨는 직무상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다른 회계사들과 공유하며 주식 거래에 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위 자조단이 강제조사권을 활용해 피조사자를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식 불공정거래 조사를 위한 금융당국 공무원의 압수수색 규정은 지난 2002년 개정 증권거래법에 처음 명문화됐다. 금융위원회의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 소속 공무원에게 검사의 청구로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피조사자를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것이다. 증권거래법 등을 통합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역시 금융위 소속 조사 공무원에게 같은 권한을 보장하고 있다. 다만 그동안은 영장을 신청할 수 있는 조사 공무원이 정책 업무를 수행하는 등 사실상 형식적으로 존재했고,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불공정거래 조사가 이뤄져 금융위의 압수수색 권한은 13년 동안 낮잠을 잤다.

하지만 지난 2013년 금융위 자조단 출범과 함께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조사가 강화되면서 조사 공무원의 압수수색권도 처음으로 빛을 보게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거 인멸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검찰에 요청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을 했다”고 말했다. 외국 금융감독기구의 경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영장 청구, 강제 소환·조사 등 준사법권을 보유하고 있고, 영국 금융감독청(FSC)도 비슷한 수준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금융위 자조단이 압수수색 권한을 처음으로 행사함에 따라 앞으로 피조사자를 상대로 한 강제조사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 A씨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휴대전화와 컴퓨터, 관련 서류 등을 확보했으며, 분석 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면서 “향후 증거확보 등을 위한 강제조사권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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