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달 '어머니' 소재 책 봇물

■ 어머니 수난사(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 어머니를 돌보며(버지니아 S. 오언스 지음, 부키 펴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하고 괜히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그러나 편하고 친숙해 평소에는 잊고 지냈던 이름, 어머니. 소설가 신경숙씨의 ‘엄마를 부탁해’(창비)가 출간 5개월 만에 70만부 판매되면서 한국 소설의 힘을 이어가고 있다. 치매에 걸린 엄마를 서울역에서 잃어버린 한 가족이 그 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엄마라는 존재를 되돌아보는 과정이 섬세하게 묘사된 이 책은 특히 소설의 주요 독자층이 아닌 40~50대 중장년 층의 가슴까지 파고 들었다. ‘엄마를 부탁해’의 뒤를 이어 어머니를 주제로 한 책이 잇달아 나왔다. 강인한 한국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양한 사례로 풀어 낸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어머니 수난사’와 파킨슨 병과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며 느낀 점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 미국 작가 버지니아 S. 오언스의 ‘어머니를 돌보며’ 등이다. ‘…수난사’는 조선시대 말 개화기부터 지금까지 가족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투사’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 땅의 어머니들이 등장한다. 독립투사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노동운동가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등 위인들을 낳았던 어머니를 비롯해 자녀들을 위해 ‘치맛바람’을 불사하고 불법과외도 마다하지 않았던 어머니의 투쟁 그리고 ‘빨간바지’ ‘복부인’ 등으로 부동산 거품을 만드는 데 일조했던 어머니 등 다양한 우리네 어머니 모습이 한국사회의 변천사와 맞물려 모습을 드러낸다. 저자는 국가가 가정을 지켜주지 못해 생긴 가족주의와 계층 상승의 수단으로 나타난 입시 전쟁, 부동산 열풍, 정략적 결혼풍속, ‘엄친아(엄마친구아들)’ 현상 등 근대이후부터 고착화 된 한국사회의 문제를 다양한 어머니의 유형을 통해 들춰낸다. ‘어머니를 돌보며’는 60대 딸이 80대의 병든 어머니를 옆에서 지켜 본 7년간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록했다. 어머니를 돌보는 과정에서 겪은 후회ㆍ아픔ㆍ절망ㆍ사랑 등이 담겨있다. 또 병원진료에서 노인 요양원 생활에 이르기까지 현실적으로 부딪치는 일도 생생하게 그려냈다. 저자는 어머니와 보낸 시간을 지진 속 폐허더미 아래 갇힌 것에 비유하면서 자신의 무능함을 탓한다. 책은 독자들에게 어머니와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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