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당면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세계경기침체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심각하게 고심하고 있다. 금융위기의 원인이 무엇이며 위기극복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는 무엇인가. 또 위기의 재발방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를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에 이어 지난달 런던에서 개최된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도 이러한 문제들을 논의했다. G20와 관련해서 우선 제기되는 의문은 “왜 주요7개국(G7) 대신 G20이냐”는 것이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현재 세계가 당면한 위기는 성격상 글로벌 위기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전세계의 정책공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 다른 이유는 G7이 지난 20여년 동안 글로벌 경제력판도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흥경제국들의 비중을 고려할 때 당면한 글로벌 위기는 G7선진국들뿐 아니라 이들 주요 신흥경제국들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의미 있는 논의가 될 수 없다. 실제로 전세계 국민총생산(GDP)에서 G7의 비중은 꾸준히 감소해온 반면 G20의 비중은 늘었다. G20의 비중이 거의 90%를 차지하기 때문에 G20이 글로벌 위기를 논의하는 게 더 정당성이 있다고 본다. 이런 이유에서 국제사회는 전대미문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이해 G7 대신에 G20을 위기해결에 적합한 대표성으로 인식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해 제1차 G20정상회의가 워싱턴에서 개최될 때 이미 세계경제력 판도의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그보다 G7이 글로벌 경제세력의 이동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제1차 워싱턴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지도자들은 세계경제의 성장회복과 세계 금융 시스템 개혁을 위해 필요한 개혁조치를 공동 노력하는 데 합의했다. 그런 목적을 위한 정책과 일반적인 원칙들을 포함한 성명서가 발표되었으나 거시경제정책 공조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따라서 글로벌 금융시장으로부터 기대에 못 미치는 평가를 받고 G20에 대한 실망도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서미트는 G7뿐 아니라 주요 신흥경제국 지도자들이 최초로 글로벌 위기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한 역사적 이벤트였다. 보다 중요한 것은 각국 지도자들이 당면한 글로벌 위기해결을 위해서 전세계의 합치된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한 각국 지도자들이 시장경제 원칙을 지지하고 정치적으로 보호무역주의의 유혹이 강한 가운데에도 개방경제 원칙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도자들은 지난 1930년대에 세계가 범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앞으로 적어도 1년 동안은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동결하자는 데 동의했다.
제2차 런던 정상회의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자세한 거시경제정책 목표수치를 제시함으로써 G20이 선언적인 의미를 넘어서 구체적인 실천의지를 보여줬다. 지도자들은 구체적인 정책수단으로써 1조1천억미국달러의 추가적인 자금지원을 국제금융기구에 제공하고 전례 없는 획기적인 재정 금융정책 조치들도 합의했다. 이 재원은 주로 개도국 및 신흥경제국들에 제공되고 새로운 글로벌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세계경기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예측에 따르면 오는 2010년까지 G20이 합의한 재정확대 규모는 5조달러에 달한다. 이 같은 재정지출이 합의된 대로 실행된다면 세계경제는 2010년까지 2% 이상 성장할 것이다. 이런 목적을 위해서 IMF가 합의사항의 실행여부 및 추가적으로 필요한 조치들을 평가하도록 했다. 런던 정상회의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방지를 위한 금융규제ㆍ감독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모든 보호무역주의 조치들의 동결을 2010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로 G20 정상회의 이후에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 조치들을 늘려왔다. 따라서 G20도 G7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선언적이며 일반적 원칙 논의 이상의 실효성 있는 정책공조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는 회의도 없지 않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두 차례의 G20 회의는 상당한 결실을 봤다고 평가된다. 앞으로 제3차 회의도 올해 안에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G20을 정례화 내지는 공식화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