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회사들이 최근 수년 동안 보험료에 적용되는 확정금리(예정이율)를 인하하면서 보험료를 대폭 인상한 반면 쓸 것으로 예상해 보험료에 포함시키는 예정사업비의 비율은 그대로 두거나 소폭 인하해 막대한 사업비 차익을 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같은 1억원의 보험금을 받기로 약정해도 이자를 발생시키는 예정이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또 예정사업비는 이 보험료에 예정사업비율을 곱해 산출한다. 결국 생보사들은 보험료는 올리고 예정사업비율은 소폭 조정해 수익원인 예정사업비를 크게 올려놓은 셈이다.
5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생보사들의 예정사업비율(종신보험 기준) 인하폭은 사별로 3~5%포인트 안팎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생보사 종신보험의 예정이율은 7.5%에서 4.5%로 크게 떨어지면서 실질 보험료가 70~80% 가량 인상됐다. 결국 보험사는 예정이율은 대폭 끌어내리고 예정사업비율은 소폭 인하해 예정사업비를 크게 증가시킨 것이다.
A생보사의 예정사업비율은 지난 2001년 20%에서 2004년 현재 17.3%으로 2.7%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이 기간에 종신보험료(남자 35세, 20년납 기준)는 월 11만원에서 17만원 가량으로 올랐다. 따라서 A생보사가 매월 받는 보험료에서 사업비로 챙긴 액수는 2만2,000원에서 2만9,000원 정도로 무려 31.8%(7,000원) 가량 높아진 셈이다.
생보업계의 사업비차익 규모는 2000회계연도에 1조6,346억원에서 2001년 2조9,553억원, 2002년 3조8,384억원으로 매년 급증했으며 지난 회계연도에는 경기침체 등의 영향을 받아 3조6,303억원으로 소폭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생보업계는 예정사업비율 인하폭이 적어 예정사업비 규모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사업비와의 차익이 모두 생보사의 이익으로 남겨진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생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료가 인상되면서 고가의 상품을 판매하는 설계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대폭 올랐기 때문에 예정사업비율을 크게 낮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생보사의 사업비 차익은 예정사업비에서 실제 사용한 사업비를 차감한 금액으로 생보사들은 예정사업비를 토대로 보험료를 책정하며 사업비 차익이 클 경우 보험사의 이익도 늘어나게 된다.
박태준기자 ju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