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문제로 나라 안이 온통 벌집을 들쑤셔놓은 듯하다. 탄핵 지지와 반대 모임이 충돌하면서 내는 파열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탄핵의 대립각에서는 비켜서 있다고 해도 `탄핵 편가르기`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사람은 많지 않다.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비상상황에 대해 국민들이 관심을 쏟는 것은 당연하다. 또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해집단간 의견충돌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번 탄핵사태의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가. 국민들의 여야에 대한 지지가 일거에 뒤바뀌는 변곡점이 됐으며, 철옹성 같던 지역구도를 깨뜨렸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반면 헌법재판소에서 국회의 탄핵안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든,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됐다는 사실은 역사의 오점(汚點)으로 남을 것이다.
탄핵사태의 경제적 의미는 무엇인가.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는 순간 국민들은 탄핵사태 자체보다 이것이 몰고 올 경제에 대한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내수침체와 실업률 증가로 힘겹게 버티고 있는 경제에 타격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경제에 대한 충격은 별로 없었다. 탄핵안 통과 뒤 2시간 남짓 금융시장이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탄핵안 통과와 함께 주가가 5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지만 곧바로 회복하면서 21포인트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그것도 대통령 탄핵 때문이 아니라 이틀간에 걸친 미국시장의 약세 영향이 더 컸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탄핵통과 4거래일 만인 지난 18일에는 탄핵 전 주가를 완전히 회복했다. 더 이상 주식시장에서 탄핵의 그림자를 찾을 수 없다.
외환시장도 당일로 충격을 흡수했으며, 백화점은 오히려 매출이 늘었고, 부동산은 거래량이나 가격 모두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큰 정치적 사건이 경제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이는 우리경제가 더 이상 정치에 예속될 정도로 취약하지 않다는 증거로 보기에 충분하다. 타이완이 총통 선거를 전후해 금융시장이 휘청거리는 것과 비교가 된다.
경제가 정치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이번 탄핵사태는 우리 경제가 정치로부터 독립을 한 시발점으로 평가할 만하다.
2004년 3월12일은 정치적 측면에서 우리나라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날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서는 경제가 정치로부터 독립한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로 기억될 것이다.
<채수종 증권부 차장 sjcha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