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본의 소비자물가가 32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다만 지난 4월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효과를 제외한 물가상승률은 오히려 전월 대비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쳐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까지 녹록지 않은 과정이 예상된다.
27일 일본 총무성은 신선식품을 제외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동월 대비 3.4%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3.5%를 기록했던 1982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상승폭의 상당 부분은 소비세 증가를 반영한 공공요금 인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일본은행은 증세에 따른 물가인상분이 4월 1.7%에서 5월에는 2.0%로 확대됐으며 증세의 영향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4월 1.5%에서 5월 1.4%로 오히려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23일 한 강연에서 "엔저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효과가 상쇄되면서 여름철 물가상승률은 1% 부근까지 하락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물가상승 흐름이 꺾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시장에서도 아베 신조 총리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찌감치 디플레이션 탈출을 선언한 것과 달리 근로자 임금 인상에 따른 실질소득 증대가 실현되기 전에는 일본은행이 목표로 한 경기회복과 2%의 물가상승률 유지의 선순환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초과근무 수당과 보너스 등을 제외한 일본 근로자 평균 월급은 4월 기준으로 전년동월비 0.3% 줄어 2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으며 이날 총무성이 발표한 5월 가계 소비는 증세에 따른 소비위축과 실질소득 감소의 여파로 전년동월비 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디플레이션 탈출의 열쇠를 쥐는 임금수준 전망은 밝은 편이다. 이날 후생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5월 일본의 구직자 대비 일자리 수를 나타내는 유효구인배율은 약 22년 만에 가장 높은 1.09배에 달했다. 구직자가 100명이면 일자리 수는 109개라는 의미로 일할 사람이 부족한 현상은 향후 임금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SMBC닛코증권의 마키노 준이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과 같은 고용시장 여건은) 가계에는 물론 물가를 올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