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두루넷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미국계 투자회사 씨티그룹 파이낸셜 프로덕츠(CFP)가 데이콤과 손을 잡았다. 이에 따라 두루넷의 주인은 다시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간 2파전으로 압축됐다.
데이콤은 최근 두루넷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던 CFP가 전략적 제휴를 제안함에 따라 양사가 공동으로 두루넷 인수를 추진키로 하고 구체적 방안을 협의중이라고 24일 밝혔다.
특히 데이콤이 씨티측과 공동인수를 추진할 경우 국내 초고속인터넷 3위 업체인 두루넷의 새 주인은 하나로텔레콤의 대주주인 뉴브리지-AIG투자컨소시엄과 데이콤을 전면에 내세운 CFP 등 외국자본간 대결이 될 전망이다.
◇CFP, 왜 데이콤과 손잡았나= CFP가 전략적 제휴 파트너로 데이콤을 택한 것은 단순한 회사 경영상태 파악을 넘어서 두루넷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간통신사업자의 경우 외국인 지분제한(49%) 때문에 CFP측이 두루넷을 인수하려면 반드시 국내 운영업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데이콤 역시 두루넷 인수를 위해 반드시 외자유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던 만큼 CFP는 현실적으로 가장 적절한 대안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데이콤 이민우 두루넷인수추진단장은 “이번 외자유치가 성공할 경우 기존 데이콤ㆍ파워콤의 네트워크 역량을 바탕으로 유선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통신산업 경쟁구도를 형성하게 돼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성공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기인가 투자인가= CFP가 데이콤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추진하고 나섬에 따라 두루넷 인수전 참여 의도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단 CFP의 인수전 참여 목표가 두루넷의 경영권 확보는 아니라는 점은 명확해지고 있다.데이콤에 따르면 두루넷의 경영권을 데이콤이 갖는 방식으로 CFP측이 투자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데이콤 정춘홍 두루넷인수추진단 부장은 “양사의 투자는 데이콤이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추진키로 했다”며 “아직 추가 협상을 진행해 봐야 하겠지만 최소한 데이콤의 경영권 확보, CFP측의 장기투자라는 2가지 원칙은 지킬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CFP의 인수전 참여가 한편으로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두루넷 채권을 조기에 회수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두루넷 경영 정상화를 통해 투자수익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CFP측이 500여억원 규모의 두루넷 채권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이밖에 저가에 두루넷 채권을 추가 매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두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