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9월 18일] 21세기 '10만 양병론'

역사에서 가정이란 큰 의미가 없지만 만약 임진왜란이 있기 전 율곡 이이의 ‘십만양병론’이 받아들여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적어도 7년간의 긴 전란의 고통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인구의 고령화 등으로 성장잠재력이 크게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 경제가 국민소득 3만~4만달러의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성장잠재력 회복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미래 핵심산업 분야를 책임질 인재 양성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정부는 ‘미래산업 청년리더 10만명 양성계획’을 발표했다. 금융 등 지식기반서비스ㆍ녹색산업ㆍ정보통신융합 등 미래 핵심산업을 대상으로 향후 5년간 약 1조원을 지원해 10만명의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늦은 감이 있으나 이제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인 인재 양성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미래 핵심산업 중에서도 장치산업이 아닌 금융산업에 있어서는 인력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자본ㆍ평판 등도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이 없으나 이것을 다루고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에 있어서 인력이 이렇게 중요한 요체임에도 우리의 전문인력 확보 상황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최근 금융투자회사의 신규 진입, 경영진의 단기업적주의 등으로 인력 확보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전문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요자인 금융업계 스스로가 자체적으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정부의 인력 양성 방안이 금융계의 장기적 인력 부족 해소에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증권업협회는 올해부터 글로벌경쟁력을 갖춘 핵심 금융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금융투자전문인력 양성 마스터플랜’을 마련해 실시하고 있다. 기존의 연수원을 확대 개편하고 국내외 유명대학과 연계한 석사 학위 과정을 개설하는 등 필요한 고급 금융인력 양성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다. ‘경영의 신’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잭 웰치 GE 전 회장은 “경영은 사람경영이다. 먼저 사람을 생각하고 전략은 그 다음”이라고 했다. 기업에서 인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전망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 2025년 세계 3위, 2050년 세계 2위의 실현은 인적자원에 대한 충분한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율곡의 십만양병론을 따르지 못한 우를 다시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