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분쟁에 다른 의제들이 많이 묻혔지만 실상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만들게 된 근본 배경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그 배경이 됐던 대형 금융회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고 이를 위한 규제를 만들자는 취지였던 셈이다. 때문에 금융규제 문제는 이번 회의에서 각광을 받지 못하더라도 핵심적으로 다뤄져야 할 부분이다. 외신에 따르면 당초 예상과 달리 중국ㆍ일본의 대형 은행들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확정할 글로벌 금융 규제안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주요국들의 대형 은행 대부분이 국내 영업에 치중하기 때문에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SIFI)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논리에서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를 보면 G20 정상회의에서 정해질 금융규제는 글로벌 사업을 벌이는 대형 은행들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자국 영업에 집중하는 일본과 중국 등에 대한 규제 강화는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금융규제 부문에 있어서는 거의 합의가 끝난 만큼 추가적으로 더 논의될 것은 없다"며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각국 재무차관과 셰르파들은 실무회의에서 금융규제 개혁 의제인 SIFI 규제를 한층 높이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이원화(2-tier) 방안으로 알려진 이번 규제안으로 전세계적으로 일관된 규제를 펴는 것보다는 각국ㆍ은행들이 처한 상황에 맞게 규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금융사들의 이의를 받아들인 셈이다. 이원화 방안을 바탕으로 세계 금융시스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금융회사를 고른 다음 SIFI로 분류된 금융사들에 대해서는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 건전성 기준을 높이고 만일에 대비해 정리 계획을 세우도록 하는 것이 뼈대다. 이번 조치로 일본의 미즈호ㆍ미쓰비시UFJ, 중국의 공상은행ㆍ건설은행 등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은행 중에서 규제 대상이 될 은행은 물론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금융규제를 받을 SIFI로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ㆍ모건스탠리ㆍ씨티그룹 등 미국 금융기관과 HSBCㆍ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SIFI의 추가적인 자본요건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FT는 보도했다. G20 정상회의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차별적인 글로벌 금융규제를 골자로 이른바 '바젤Ⅲ'로 불리는 새 자본비율 규제도 합의될 예정이다. 바젤Ⅲ는 오는 2013~2019년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조치로 기존의 바젤Ⅱ보다 보통주 자본비율이 3.5배 높다. G20정상회의준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기관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기르도록 강제하는 조치"라며 "이미 금융안정위원회(FSB)에서 상당 부분 합의된 만큼 이번 회의에서 정상들의 확고한 지지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