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실무자 만난 임종룡 금융위원장, "코넥스 전면개편해 모험자본 활성화"

예탁금 기준 대폭 낮추고 파생상품 규제완화 추진
불필요한 개입 최소화 할것

19일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임종룡(오른쪽) 금융위원장이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부터 이날 코스피지수 흐름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이호재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자본시장의 현장에서 뛰는 30~40대를 만났다. 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중소·벤처기업 전용인 코넥스시장을 전면 개편해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에 대한 열망이 큰 30~40대들은 "자본시장이 성장한 기업들에 안주하고 있다" "증권사가 획일적 수익구조에 상품을 모방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들을 쏟아냈다.

19일 임 위원장은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금융위원장과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여기에는 이창민 현대증권 차장, 오영훈 IBK투자증권 과장, 강대진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장, 안재광 SBI인베스트먼트 부장, 정철중 우정사업본부 과장 등 금융투자 업계의 부장·팀장·과장급이 참석했다. 각사의 최고경영자, 협회의 고위 임원 등을 제치고 실무자를 만나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총론보다는 각론으로 바로 들어가겠다는 임 위원장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포문은 임 위원장이 열었다. 그는 "(모험자본이 들어가는) 코넥스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장 운영방식을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이 자기 책임으로 투자할 수 있게 선택권을 돌려주겠다"고 덧붙였다. 투자위험이 높은 시장이나 상품에 투자자 접근을 제한해온 금융 정책 기조를 바꾸겠다는 얘기다. 한 참석자도 "코넥스시장이 창업 초기 기업의 투자금 회수나 자금조달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건의했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에게 코넥스시장의 진입 장벽인 현행 예탁금 기준 3억원을 대폭 낮추는 방안이나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를 통한 기관투자가의 코넥스 투자 한도(기본 예탁금 1억원) 조정 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참석자는 "투자자들이 책임감 있게 변하도록 금융 당국이 많은 홍보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 "투자자 보호에만 치중하다 보니 한때 세계 최고수준이던 파생상품시장이 크게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임 위원장도 파생상품시장 규제 강화에 적잖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선물거래 등을 활성화할 규제 완화에 나서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파생상품시장에 선물·옵션 매매를 위한 사전교육이나 모의매매 등을 거치는 적격 개인투자자 제도를 도입, 개인 거래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임 위원장은 또 "자본시장은 이미 성장한 기업들에 안주하고 있고 증권산업은 상장증권의 매매와 금융투자 상품의 판매에 치중하고 있다"면서 "자산운용업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와 금융감독기관은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불필요한 개입은 최소화하겠다"고 다짐하며 참석자들에게 "자본시장에서 경쟁과 혁신의 불꽃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미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모투자펀드의 한 관계자는 "한국 증권사가 획일적이고 인기 있는 상품을 모방하는 데 치중하는 경향을 일찍부터 봐왔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흘러도 잘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임 위원장도 2000년대 초반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등을 지내며 자본시장에서 일한 경험을 전하며 "10년 넘은 문제들이 정말 그대로다"라며 공감을 표하면서 "자본시장을 무대로 청년들이 더 큰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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