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의 회복속도가 예상보다 가팔라지고 있다. 지속되는 엔화약세로 기업 수익이 급증하는 가운데 일본의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높은 전기 대비 2.4%(연율환산 기준)을 기록하며 일본 경제에 대한 낙관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20일 일본 내각부는 올 1~3월 실질 GDP 예비치가 전기 대비 0.6%, 연율환산으로는 2.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지난해 4월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올린 후 곤두박질쳤던 경기가 뚜렷이 회복됐음을 나타낸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사전 조사한 전문가 전망치는 연율 기준으로 1.5%였다. 특히 물가를 고려하지 않은 명목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9%, 연율환산 기준으로는 7.7%를 기록해 지난 2011년 3·4분기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예상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이끈 것은 내수 부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엔화가치 약세 등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된 기업들이 투자를 꾸준히 늘리는데다 개인 소비도 0.4% 증가하는 등 내수가 경기를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MBC닛코증권이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사들의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실적을 집계한 결과 순이익 최고기록을 경신한 기업이 약 30%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수익개선에 힘입어 설비투자도 0.4% 늘면서 4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GDP 지표와 기업실적 호조에 엔화가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이날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70.18(0.85%)포인트 상승한 2만196.56을 기록하며 2000년 4월14일 이후 약 15년 만에 최고치로 마감했다.
다만 일본 경제성장 지속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가계소비 증가율이 3분기 연속 같은 수준에 머무는 등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다 0.5%에 달한 재고 증가율이 이번 지표 호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다이이치생명연구소의 신케 요시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기둔화와 기대에 못 미치는 미국 경제회복 속도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2·4분기 성장률은 다소 둔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