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협력단(KOICA) 하면 우리 국민은 헌신적인 해외봉사 개척, 어려운 외국에 대한 원조활동 등 상쾌한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한류 붐까지 연상시키는 것이 KOICA다.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주는 국가로 변신한 따뜻한 대한민국의 상징이기도 하다. KOICA의 도움을 받은 해외 후진국에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천사조직'이 안으로는 썩어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적이다. 15일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는 KOICA를 그동안 잘못 생각했던 게 아닌가 하는 혼란까지 일으킨다.
KOICA의 어떤 직원들은 아프간 재건 기지구축공사 입찰 때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참가기준까지 변경했고 부부동반 골프여행 등 향응을 제공받았다. 업체에서 현금 5,000만원을 골프가방으로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발주사업 평가를 담당하는 비상임 기술평가위원 선정과정도 엉망이었다. 전문가 인력풀을 충분히 갖춰놓고도 실제로 여기서 뽑은 평가위원 비율은 절반이 안 된다. 나머지는 KOICA 임직원 등 비전문가들로 채워 그들끼리 담합했다는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조달청의 전자조달 시스템을 제쳐두고 자체조달 시스템을 구축해 이용한 의도도 대체 알 수 없는 일이다. 전문성 부족 등으로 부당계약 체결 등의 사례도 적발됐다. 이곳 이사장이 특정직원을 승진시키기 위해 특별 가산점을 주도록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영포회 출신인 이사장은 CNK 다이아몬드 개발과 관련해 최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감사에서 밝혀진 KOICA 비리는 일반 민간기업들과 비교해 다를 게 없다. 거꾸로 말하면 KOICA의 이미지와 기대를 무참히 깨뜨리는 것이다. KOICA 연간 예산은 지난해 경우 5,000억원에 달했다. 막대한 예산을 주무르는 조직이니 각종 사업에서 앞으로도 여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부패한 조직이 봉사나 원조사업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다. 한류에도 먹칠을 한다. KOICA는 조직의 취지와 성격상 그야말로 주머니 털어도 먼지 하나 안 나오는 100% 순결한 클린 조직이 돼야 한다. 지금부터 완벽한 정화 시스템 구축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