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평가 불합격 대기업 비주력 계열사 매각해야

금융당국 "핵심업종에 역량 집중 유도"


주채권은행의 재무구조평가에 불합격한 대기업계열(주채무계열)은 그룹의 핵심사업과 관련된 계열사들만을 남기고 비주력 기업을 매각하는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이에 따라 비주력 업종에 대한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웠던 대기업들이 어떤 업종을 주력산업으로 선택할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채무계열에 대한 재무구조평가는 주채권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업종별 특성을 논의하는 시간이 길어져 29일쯤 부채권은행에 통보된 후 오는 30일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주채무계열의 재무구조 평가는 먼저 주채권은행이 한 뒤 세 곳의 부채권은행과 협의해 합격ㆍ불합격 여부를 최종 확정한다. 27일 금융감독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주채권은행들은 총 신용공여액 1조2,100억원이 넘는 45개 주채무계열의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를 평가한 후 불합격된 곳에 대해서는 비주력 기업과 유휴 자산을 정리하고 경쟁력 있는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쪽으로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을 방침이다. 감독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들은 어느 정도 시장이 안정됐을 때를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주채무계열이 핵심업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주채권은행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채권은행 고위관계자도 “문어발식 M&A를 통해 업종을 확대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된 주채무계열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을 계획”이라며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핵심업종과 관련 계열사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도록 하고 비주력 계열사나 자산은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월 말 현재 45개 주채무계열의 소속기업체 숫자는 3,050개로 1년 전에 비해 488개, 20%가 증가했다. 이중 두산 계열은 지난해 56개에서 올해는 147개로 91개, 1.6배나 늘었고 금호아시아나 계열도 91개에서 121개로 30개, 33%나 많아졌다. 과도한 확장으로 부채비율이 높아 비주력 계열사 매각만으로는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곳은 핵심 계열사까지 내놓아야 한다. 감독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엄격한 평가 잣대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도록 할 것”이라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핵심 계열사 매각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채무계열에 대한 평가는 업종별 특성을 반영하는 문제 등을 두고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 주채권은행들은 21일 평가 결과를 금감원에 통보한 후 금감원과 계속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29일쯤 방향이 확정되면 세 곳의 부채권은행과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부채권은행에 통보하지 않았다”며 “운수업이나 해운업 등 해외부채가 많은 곳은 환율의 영향 등을 어디까지 고려할 것인지를 두고 이견이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