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클릭] 이영표를 위한 골 세레모니


축구의 백미는 골이다. 공이 네트를 가르는 그 순간 맛볼 수 있는 환희. 골을 넣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이 희열을 가슴 속에만 묻어둘 수는 없는 법. 때론 미친 듯이 달려가고 때론 희안한 몸짓으로 득점 선수와 팀 동료, 관중을 하나로 만드는 골 세리머니(정확하게는 골 셀러브레이션)는 온몸 가득한 에너지를 표출하는 축구만의 독특한 사랑법이다.

△골 세리머니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82년 스페인 월드컵 이탈리아와 서독의 결승전부터. 1대0으로 앞선 이탈리아의 미드필더 마르코 타르델리가 후반 24분 추가골을 성공했다. 그 순간 타르델리는 두 손을 움켜쥔 채 눈물을 흘리고 미친 듯이 머리를 흔들며 '골'을 외쳤다. 역대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세리머니로 꼽히는 '타르델리의 포효'. 이후 선수들은 골을 넣을 때마다 텀블링을 하거나 아이 어르는 듯한 포즈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이며 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줬다.

△골 세리머니는 단순한 감정 이상의 것을 나타낸다. 2002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안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에 김동성 선수가 금메달을 빼앗기자 같은 해 8월 열린 한일 월드컵 조별 예선 2차전 한국과 미국의 대결에서 안정환이 후반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후 동료들과 함께 이를 빗댄 '오노 세리머니'를 펼쳤다. '코소보'사태로 나토의 세르비아에 대한 공습이 한창이었던 1999년 3월31일에는 당시 수원삼성의 세르비아 출신 공격수였던 샤샤 드라큘리치가 역전골에 성공한 후 '나토는 공습을 멈춰라(NATO Stop Assail)'라고 쓰여진 속옷을 들춰 보이기도 했다.

△월드컵 스타인 전 국가대표 이영표의 은퇴 경기에서 보기 드문 골 세리머니가 나왔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팀 동료가 페널티킥을 넣은 후 이영표에게 달려가 무릎을 꿇고 공을 바치며 껴안은 것. 은퇴하는 이에게 존경심을 표한 이 장면에 많은 이들은 가슴 찡함을 느꼈으리라. 과연 우리 시대에 이런 감동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정치인이나 기업인 중 단 한 명만이라도 나왔으면 좋으련만….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