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놓고 노사 양보없는 싸움…

노동부는 법개정없이 先시행 後보완 추진
■ 그동안의 논의 과정


복수노조 그동안 어떻게 진행됐나 노사정은 지난 1996년 노조설립의 자유를 보장하는 게 국제적 기준이며 우리나라가 이를 지키지 않아 노동 후진국으로 평가 받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단위사업장 및 상급단체의 복수노조 허용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후 1997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개정해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조를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는 조항으로 복수노조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이 합법화돼 한국노총과 더불어 양 노총 체제가 만들어졌다. 다만 노사관계에 급격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사업장 단위의 복수노조 허용은 2001년 말까지 시행을 유예하기로 했다. 노사정은 2001년 '복수노조 도입에 따른 준비가 필요하다'며 다시 시행을 유예하기로 했으며 2006년에는 세번째로 시행을 유예해 오는 2010년 시행하도록 바뀌었다. 대신 노조법은 부칙으로 시행을 유예하는 올 12월까지 내년부터 적용될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단체교섭의 방법과 절차, 기타 필요한 사항을 노동부 장관이 강구하도록 규정했다. 노동부 장관이 올해까지 노사 의견을 들어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법이 규정한 의무사항이었다. 하지만 이후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올 들어서도 비정규직법 개정 여부를 놓고 노사정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전혀 진척을 보지 못했다. 올 7월 노사정위원회 노사관계선진화위원회가 공익위원안을 내놓으면서 실질적인 법 시행 논의가 비로소 시작됐다. 공익위원안의 핵심은 노조가 자율적으로 창구 단일화를 하되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 교섭대표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사 양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수용을 거부했다.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10월 한국노총은 노사정위 탈퇴를 전격 발표하면서 대신 이날까지를 시한으로 노사정 6자대표자회의를 하자고 제의했다. 6자는 한국노총•민주노총•경총•상의•노사정위•노동부 등이다. 노사정 6자회의는 이날까지 실무•부대표•대표자 등이 모두 10차례에 걸쳐 열렸으나 막판까지 이렇다 할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법 시행을 한달여 남겨놓은 현재 노동계는 복수노조는 허용하되 창구 단일화는 안 된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걸음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 경영계 역시 현장의 혼란과 교섭비용 증가를 우려하며 사실상 복수노조 허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동안의 논의과정을 보면 노사가 말은 달라도 내심으로는 똑같이 복수노조 허용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껏 논란이 돼온 복수노조 문제는 복수노조를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며 복수노조의 창구를 단일화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도 아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복수노조 문제의 핵심은 복수노조의 창구 단일화를 어떻게 할 것이냐이다.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창구를 단일화하기로 한 것은 이미 1997년 여야 합의로 노조법을 개정하면서 정해졌다. 그런데도 현재 노사는 창구 단일화를 위한 대안을 내놓기는커녕 복수노조 허용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계를 1997년 이전으로 돌려놓은 격이다. 노동부는 별도의 법 개정작업 없이 일단 시행한 뒤 부작용을 줄이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하지만 13년간 유예돼온 법을 시행부터 한 뒤 보완하겠다는 것은 노사관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회발전을 위해 도입되는 복수노조가 오히려 기업경쟁력을 갉아먹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노사 합의는 필요하다. 시간은 한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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