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예산이 축소될 조짐을 보이면서 통신·장비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미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을 통해 정한 예산을 또 다시 흔들 경우 완벽한 재난망 구축이 힘들 수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국민안전처는 지난달 3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ISP 사업에서 마련한 세부 추진계획안을 보고하고 이를 최종 확정했다. 올해부터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2개 운영센터 구축, 기지국 1만1,000개소 설치, 단말기 21만대 보급 등이 예정됐다.
다만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예산안은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명하며 세부계획 보고에서 빠졌다. 세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를 줄여야 한다는 게 기재부의 주장이다. 안전처는 국방부의 추가 단말기 요청을 반영해 기존보다 단말기 2만대, 예산 250억원을 늘려 보고한 바 있다.
재난망이 예산 문제로 또다시 발목 잡히면서 재난망 구축 전체 사업도 차일피일 미뤄지게 됐다. 기재부는 이미 합의가 끝난 470억원 규모의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최소 한달 간 총 사업비 검토가 끝난 뒤 시작하자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시범사업 개시는 아무리 일러도 5월 이후로 넘어가게 돼 당초 이달 초부터 바로 시작하려던 계획과는 크게 멀어지게 된다.
심진홍 국민안전처 재난안전통신과장은 "이미 합의가 된 시범사업 예산안만이라도 승인을 받기 위해 기재부와 협의할 예정"이라며 "국민안전처는 최대한 ISP 결과대로 사업비가 확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난망 사업 예산이 축소 움직임을 보이면서 통신·장비업계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재난망은 국가적 사업인 만큼 계획한대로 추진하지 않으면 완전한 품질을 보장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재 업계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등 장비업체 3사가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합종연횡을 준비하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산을 줄여도 망 구축이 가능은 하겠지만 완벽한 준비를 담보할 수는 없다"며 "국가적 사업인 만큼 필요한 예산까지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