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모바일, 대만 파이스톤 지분 12% 인수 경영위기 대만기업 생존위해 손벌리고 "韓등과 격차 줄이자" 中도 협력 적극나서
입력 2009.04.30 17:13:20수정
2009.04.30 17:13:20
‘중국 자본과 대만 기술이 결합한 반도체ㆍLCD 회사 나오나’
차이나모바일의 파이스톤 지분인수로 중국 기업의 대만 투자 물꼬가 터지면서 국내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장 이번 지분협력으로 우리 업체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이번 협력을 계기로 양안 간의 합작분야가 반도체, LCD, ITㆍ컴퓨터 부품 등으로 확산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경제위기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은 대만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시장과 자본을 갖춘 중국에 손을 빌리고 있고, 중국도 한국 등과의 기술격차를 줄이기 위해 이들과의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LCD 등 우리 주력산업에서도 중국과 대만의 합작기업들이 등장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차이나ㆍ파이스톤 협력, 파장 예의주시= 국내 이동통신 업체들과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일단 차이나모바일의 대만 지분투자로 인해 국내 기업들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이번 투자가 중국내 3세대(3G) 이통 서비스 경쟁을 촉발해 차이나유니콤 등도 해외 업체와의 제휴에 나설 경우 3세대 서비스에 강점을 가진 국내 이통사들의 현지 진출 확대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선 이번 양 사간 지분 협력에 대해 3G 이통기술을 확보하려는 차이나모바일과 중국 시장 진출이라는 파이스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의 3G서비스인 TDS-CDMA 사업권을 획득한 차이나모바일의 경우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등과의 경쟁을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었고, 파이스톤은 차이나텔레콤을 통해 중국의 이동통신 관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결합했다는 것이다.
휴대폰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건은 3G 이통 기술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차이나모바일이 전략적으로 내세운 조치일 뿐”이라며 “휴대폰 제조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에서 컨버전스 사업을 하고 있는 SK텔레콤도 “현재로서는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중국 내에서 3G 경쟁이 심화될 경우는 국내 이통사들의 중국 진출이 확대될 가능성도 전망하고 있다.
◇반도체, LCD, 부품에서 협력 잇따를 듯= 문제는 양안 간의 협력이 다른 분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대만은 현재 반도체, LCD와 IT 부품 등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도 상대적으로 적고, 시장 규모도 매우 적어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번번한 자국 브랜드 없어 OEM 하청을 주로 하고 있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대만이 원하는 것은 시장과 자본이고, 중국이 원하는 것은 한국ㆍ일본과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술력”이라며 “중국과 대만 간의 협력은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점에서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과 대만이 협력, 우리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LCD 분야에서 한국 추격에 본격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 국내 전자업계에 따르면 LCD 분야에서 양안 간의 협력이 이미 본격화 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중국이 가전하향 정책을 발표하면서 중국과 대만이 손 잡고 LCD 산업을 육성키로 했다”며 “현재 중국 정부는 대만 업체의 LCD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LCD 등의 분야에서 중국과 대만 간의 협력 강화는 국내 산업계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문제는 중국이나 대만이 원하는 게 이 분야이기 때문에 현실화 될 여지가 높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국내 산업계 입장에서는 대만이 너무 중국에 의존하지 않도록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과 대만이 결합하면 브랜드와 기술력을 갖춘 반도체ㆍLCD 회사 탄생도 예고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