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용인시 기흥에서 서울로 상경(上京)한 삼성물산주택부문이 경쟁업체인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빌딩에 둥지를 틀어 화제가 되고 있다.삼성이 지난 7일 옮긴 새 사무실은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변의 「아남빌딩」. 사거리를 중심으로 모체인 물산건설부문과 이 회사 주택문화관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아남건설 소유의 이 빌딩은 아이러니컬하게 업계 라이벌인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건물이다. 최근 「브랜드」 가치를 둘러싼 양사간 라이벌 의식에다 「업계 1위」의 자존심을 놓고 예민한 신경전까지 벌였던 점을 감안하면 우연치고는 너무 기막히다는게 업계의 반응.
특히 삼성과 현대산업은 최근 개포1단지 주공아파트 재건축 수주를 둘러싸고 서로 맞고소까지 하는 등 양사간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서 입주가 이뤄져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이 이처럼 경쟁사 시공 빌딩에 입주한 것은 강남 일대 빌딩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기 때문. 100평 내외의 소규모 면적이라면 몰라도 1,000평이 넘는 사무실을 구하려다 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셈. 조건을 만족하는 건물이 이 빌딩 외에 삼성동 아셈(ASSEM)타워, 도곡동 대림아크로빌 등 두 곳이 더 있었지만 임대료와 접근성이 맞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건물이긴 하지만 소유주는 제3자여서 신경쓰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당초 이 건물로 사옥을 옮기기로 결정하자 사내에서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두환기자DHCHUNG@SED.CO.KR
입력시간 2000/03/15 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