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고리원전 직원 19명 보안유출 적발

4개 원전본부로 조사 확대

한빛과 고리원전에서 근무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이 무더기로 원전 전산시스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외부에 유출한 사실이 산업통상자원부 보안감사 결과 확인됐다. 산업부는 국가 핵심시설인 원전 보안의 곳곳에 허점이 있다고 보고 외부 기관에 의뢰해 전체 원전본부(한빛·고리·한울·월성·정밀)에 대한 정밀조사를 맡기기로 했다.

산업부는 3일 지난달 9월24일부터 지난달 7일까지 한빛원전과 고리원전에 대한 보안감사를 한 결과 한수원 직원 19명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협력업체에 유출했다고 발표했다.

보안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수원 직원 19명은 방사선폐기물 관리업체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업체는 이 정보로 한수원 전산시스템(SAT)에 접속해 작업허가서를 승인하고 폐기물반출허가를 하는 등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부업체 직원이 국가 보안시설인 원전 시스템에 마음대로 접근해 방사선폐기물을 다룬 셈이다.

허술한 보안 문제도 드러났다. 발전소 운전지원용으로 설치된 관제시스템(CCTV)이 설치근거 없이 발전소별로 독자 운영되고 있었고 영상물 저장 기간도 지정하지 않아 사고가 터졌을 때 영상 기록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또 협력업체 직원이 승인받지 않은 보조기업장치(USB)를 이용해 업무자료를 저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보안 관련 추가 유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외부기관에 4개 원전본부에 대한 정밀조사를 맡기기로 했다. 현재 원전운전과 구매자재관리용으로 쓰이는 전산시스템은 지난 2003년에 도입된 것으로 접속기록이 3일에 불과해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자를 규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볼 때 다른 원전본부에서도 아이디와 비밀번호 유출 개연성이 큰 상황이다.

하지만 산업부와 한수원이 국가보안 시설 정보를 유출한 직원들을 검찰 등에 고발 조치하지 않고 내부 징계로 마무리하는 쪽으로 결정하면서 사건을 조용히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원전 부품 납품비리로 원전종합대책까지 내놓은 지 1년 만에 다시 터진 보안 문제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다는 평가다.

송유종 산업부 감사관은 "관련된 한수원 직원들은 한수원 내부 규정에 따라 중징계를 결정할 것"이라며 "외부기관의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검찰 고발 등을 결정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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