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트(가명·14)는 지난해 12월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왔다. 2년 전 역시 관광비자로 한국에 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일을 하던 바르트의 엄마는 "아이만은 힘들게 키우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바르트를 학교(중학교)에 보내기로 결심했다. 바르트는 어렵게 한 학교에 입학했지만 엄마의 불법체류 사실이 불거지면서 학생 비자 신청이 불허됐다. 졸지에 '미등록 외국인 상태'가 된 바르트는 '잡히면 쫓겨난다'는 두려움 탓에 학교도 그만둔 채 엄마와 함께 종적을 감췄다.
앞으로 바르트처럼 국내에 불법 체류하는 외국인 자녀도 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미등록 외국인 아동이 의무교육 과정인 중학교에 취학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초등학교 입학 절차를 그대로 준용하는 내용 등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고 17일 밝혔다.
그동안 일부 산업 연수생이나 조선족 등 불법체류자의 자녀는 보통 초등학교까지는 다녔지만 중학교는 해당 학교 학칙에 따라 입학이 불허되는 경우가 많았다.
개정령안에 따르면 출입국 사실 증명이 없는 외국인 자녀의 경우 주택 임대차계약서나 인우(隣友)보증서 등 국내 거주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면 중학교에 입학·전학 또는 편입학할 수 있게 된다.
교과부는 "의무교육단계인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해당 절차가 상이하게 운영되고 이에 따라 미등록 외국인 아동 등이 중학교 전·입학 등에 어려움을 겪어 이를 보완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교과부는 개정령에 '불법체류자'라는 용어 대신 '미등록 외국인 아동 포함'이라는 표현을 넣어 현행법상의 충돌을 피해나갔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제84조는 공무원이 강제퇴거 대상자(불법체류자)를 발견하면 관계 당국에 통보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에는 정부가 불법체류자 자녀를 통해 부모의 신원과 거주지를 파악해 단속을 벌인 적이 있었고 국제사회에서 '아동의 교육 받을 권리와 인권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교과부는 앞으로 학교에서 이 같은 단속 법령도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