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만난 정재왈(49·사진)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차분하지만 자신 있는 목소리로 내년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일정 궤도에 올라선 단체에 대한 에이전시 수준의 컨설팅·네트워크 지원에 대한 요청도 자주 들어온다. 그렇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위해 그간 조직 규모 및 예산 확대에 애써왔고 실제 성과로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25명인 정규직 직원은 내년에 35명으로 늘어나고 내년에는 예산이 1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원래 60억원으로 계획됐던 예산이 사업 추가로 80억원으로 불어났다.
◇문화부 기자로 13년=굳이 경력을 따지자면 정 대표는 아직 언론인으로 보낸 햇수가 더 많다. 한국일보 계열사였던 일간스포츠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중앙일보 문화부까지 13년을 근무했다. 그는 "문화부 기자로서는 미술·종교 외에 전 분야를 담당했고 특히 연극·무용·뮤지컬 등을 오래 담당해 10년 차에는 문화경영 책도 냈다"며 자부심을 비쳤다.
그렇게 마흔 즈음 LG아트센터 기획운영 총괄부장 제의가 왔다. 예술현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예술경영·문화경영에 대한 인식이 커지던 즈음이라 시기적으로도 잘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3년여 LG아트센터에 일한 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서울예술단 이사장 겸 예술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며 순조롭게 예술계에 안착했다.
기자 출신인 그에게 예술계는 어떻게 보였을까. 그는 "민간 예술단체는 목표 지향적으로 결정구조가 단순하고 공공은 과정 중심으로 문체부·국회·정치권 눈치를 봐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민간과 공공 단체의 대표는 완전히 입장과 관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곧 위기가 찾아왔다. 여러 고민 끝에 서울예술단에 사표를 던졌고 그로부터 3년여간 소속을 찾지 못했다. 그는 "40대에 문화계에 들어와 LG아트센터와 서울예술단 등 민간·공직을 겸하며 명예와 영광을 함께 얻었다. 하지만 3년여 공백기를 거치며 반성을 많이 했고 겸손을 배웠다. 이제 그간의 경험을 통해 어떻게 예술계에 기여할지 늘 고민하고 있다"고 술회했다.
하지만 예술계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예술경영이니 행정이니 해봤자 결국 가장 기본적인 동력은 예술(가)입니다. 예술이 자부심을 잃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은 정치·경제 변수에 너무 민감하고 조급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미시적인 것에 집착해 스스로 위상을 떨어뜨리고 망가뜨립니다. 일부에서는 예술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수단으로 보일 정도이니 안타깝습니다."
◇예술단체 자생력 강화 돕는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로=2006년 설립돼 이제 8년 차 '젊은 기관'인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주요 사업은 세 가지다. △전문인력 양성 및 파견을 통한 예술단체들의 예술경영 역량 강화 △국고가 지원된 예술단체들의 운영 건전성 평가 △변호사·마케터 등 전문가 자문단의 경영컨설팅 등이다. 특히 기획·홍보·마케팅 등 공연에 관련된 것은 물론 회계·행정 전문인력을 교육하고 예술단체에 파견하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센터는 이 인력비용의 최대 80%를 지원해 주먹구구식 운영이 대부분인 예술단체의 경영효율화를 돕는다. 같은 문체부 산하의 문화예술위원회가 창작예술인에게 직접적인 지원을 하는 기관이라면 센터는 예술인 단체에 전문인력을 파견하는 간접지원기관이다. 이를 통해 조직의 효율화, 자생력 확보를 돕는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세번째 수장으로 임기 3년 중 꼬박 2년을 채운 정 대표는 "스스로 성장하려는 의지가 중요하고 예술경영 전문인력 파견을 통해 그런 단체들의 변화와 자립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센터의 또 다른 주요 역할 중 하나가 예술인들의 해외교류 지원이다. 예술인의 해외진출은 문체부 내 일부 부서와 산하기관인 문화예술위원회, 외교부의 국제교류재단도 돕지만 센터는 비영리적인 국제교류에 집중하고 있다.
센터는 예술단체가 해외 페스티벌이나 유명 극장 공연에 나설 때 항공·화물비용을 8년째 지원하고 있다. 신청이 들어오면 전문가들의 심사를 통해 선정·지원하는 '센터스테이지 코리아 투어링'이나 해외초청에 대해 지원하는 방식 두 가지다. 올해는 총 25건을 지원했고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에는 국제교류 확대…통합전산망으로 전체 시장 40% DB 확보=올해 예술경영지원센터는 통합전산망 연구개발 및 장비 구입을 모두 마쳤다. 내년부터는 정부와 민간의 주요 공연장 21곳의 공연정보를 통합관리한다. 전체 공연시장의 40%에 달하는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갖게 된다.
또 내년에 10회째를 맞는 서울아트마켓 포커스국(주빈국)으로 중국을 선정했다. 서울아트마켓은 예술가, 예술단체 매니저, 극장 프로그래머, 축제예술감독, 공연기획자 등 국내외 관계자가 교류하는 자리다.
정 대표는 "동유럽과 아시아에 이어 내년에는 중국이 주빈국"이라며 "국내외 관계자들이 모여 실제 계약도 이뤄지고 컨퍼런스를 통해 중국 시장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진출을 원하는 국내 단체에 가장 적절한 방법을 모색하는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드라마와 가요에 이어 문화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한류'와 관련해서는 "공연 부문에서는 성과가 바로 나오기 힘들지만 이 분야에서 한류는 이미 와 있다"며 "서울아트마켓에 참여하는 외국인도 2006년 29개국 11명에서 지난해 53개국 223명으로, 올해는 다시 100여명 증가했다"고 말했다. 2011년 기준으로 국내 공연예술의 해외진출이 264개 단체 830건으로 해외 공연예술 수입의 절반 수준이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He is… △1964년 충남 당진 △1982년 당진 호서고 △1990년 고려대 영문학과 △1990~1995년 일간스포츠 문화부 기자 △1995~2003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1999년 제16회 관훈언론상 기획취재부문상 △2003~2005년 LG연암문화재단 LG아트센터 운 영부장(기획운영총괄) △2006~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서울예술 단 이사장 겸 예술감독 △2008년~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이사 △2011~2012년 전문무용수지원센터(DCDC) 이사장 △2011년 국립오페라단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 센터 대표 △2012년~ 성균관대 대학원(예술학협동과정) 초빙교수 △2013년~ 한국예술경영학회 이사 |
■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과거 예술창작자들은 공연을 기획하는 것 외에도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았다. 배우나 연주자를 모으고 장소를 구하고 자금을 확보하고 공연 자체를 관객과 시장에 알리는 역할까지 사실상 모든 것을 다 해야 했다. 하지만 이를 개인 혹은 작은 단체가 전부 해내기에는 무리. 정부도 이미 예전부터 창작자들을 지원해왔지만 규모나 체계성 측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공연 결과물의 종류나 질적인 부분에서도 눈에 띄는 효과가 드러나지를 못했다. 일반 관객들과 유리되는 측면도 딱히 개선되지 못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고민 끝에 설립된 것이 바로 예술경영지원센터로 공연예술단체를 시장친화적으로 개선하고 자생력을 갖추게 한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지난 2006년 설립돼 이제 8년 차 '젊은 기관'인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주요 사업은 세 가지다. △전문인력 양성 및 파견을 통한 예술단체들의 예술경영 역량 강화 △국고가 지원된 예술단체들의 운영 건전성 평가 △변호사·마케터 등 전문가 자문단의 경영컨설팅 등이다. 특히 기획·홍보·마케팅 등 공연에 관련된 것은 물론 회계·행정 전문인력을 교육하고 예술단체에 파견하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또 해외진출 지원도 큰 목표 중 하나다. 국내 예술인단체가 해외의 페스티벌이나 극장에서 공연할 때 항공·화물비용을 돕는 것이 주 업무다. 나아가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에이전시 수준의 적극적인 컨설팅을 하는 등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 내년 10회를 맞는 '서울아트마켓'이다. 최근 동유럽과 아시아에 이어 내년에 중국을 주빈국으로 진행되는 이 행사에는 국내외 예술가 및 단체, 페스티벌 관계자들이 모인다. 중국에 관심 있는 예술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실제로 각종 계약도 성사되고 다양한 세미나·컨퍼런스가 열려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내년부터 국공립·민간 극장 21곳의 통합전산망을 운영하는 것도 기대되고 있다. 국내 공연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이들 극장의 운영정보를 통해 '공연예술 실태조사' 등 좀 더 정확하고 세밀한 조사와 분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