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금리인상 시사… 다우지수 급락/최근 발언뒤집자 하룻새 93.13P나 급등【뉴욕=김인영 특파원】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말 한마디에 미국의 주식시장이 춤을 추고 있다. 지난달 26일 그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7천대를 넘었던 다우존스공업지수(DJIA)가 하락세로 돌아서 6천8백대까지 떨어졌었다. 그러나 5일 그가 일주일전의 발언을 다시 뒤집자 이번엔 주가가 폭등했다.
미국 중앙은행이자 발권은행의 최고책임자인 그린스펀은 구체적이고, 명확하한 견해를 밝히지 않고, 추상적인 선문답으로 답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뉴욕 증권가에서는 그의 뉘앙스와 톤까지 철저히 분석, 하루에 수백억 달러가 거래되는 증권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FRB의장은 미국에서 가히 경제대통령이라고 할수 있다.
이날 그린스펀 의장은 하원 금융소위 증언에서 『금융정책을 증시의 거품을 빼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주식시장을 위축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중앙은행이 단기금리를 조정할 것인가를 결정할때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증시의 수위를 먼저 고려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뉴욕에는 연준리의 움직임만 주시, 연구하는 페드 워처(Fed Watcher)라는 경제분석가들이 많다. 페드 워처들은 그의 이날 발언이 증시과열을 우려했던 지난주의 발언을 뒤집은 것이며, 당분간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이같은 분석에 따라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93.13(1.36%)나 오른 6천9백45.85로 폐장, 또다시 7천대선에 바짝 접근했다.
지난달 26일 그는 상원에서 증언을 통해 『주가의 급격한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우려가 있으며, 물가를 사전에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배제할수 없다』고 말했다. 페드 워처들은 FRB가 곧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판단했다. 은행 금리가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매력이 줄어든다. 그린스펀이 금리인상에 대한 운을 슬쩍 떼자 증권투자자들은 「사자」에서 「팔자」로 돌아서 다우지수는 연일 하락, 4일 6천8백52.72로 폐장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5일 미증시를 「이상 과열」, 「거품」으로 표현하자, 미국은 일본·유럽 등 세계증시가 일제히 폭락하기도 했다. 또 지난 1월 21일에는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낮은 실업율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발언, 주가를 또한번 흔들어 놓았다.
뉴욕 월스트리트에서는 증권시장에 대한 FRB의 개입이 월권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출신의 그린스펀은 클린턴의 민주당 정권에서도 FRB의장을 세번 연임할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으며, 로버트 루빈 현 재무장관과도 호흡이 맞다는 평을 받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의 각료나 의회 지도자들도 경제대통령으로서의 그린스펀을 존중, 그에 대한 비판을 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