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수학을 하지 않아 많은 경제학자들이 경제학자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학모델은 물론 도덕적 딜레마를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11월30일(현지시간)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주말판 와이드 인터뷰에서 밝힌 경제학도로서의 철학이다. '나쁜 사마리아안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 장 교수의 저서는 경제학 서적으로는 보기 드물게 전세계 32개국에서 65만권이나 판매됐다. FT는 "장 교수는 전세계에서 수많은 팬을 거느린 베스트셀러 학자지만 대표적인 비주류 경제학자로 꼽힌다"며 "그가 케임브리지대의 비좁은 연구실에서 경제학 주류에 맞서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장 교수 역시 FT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괴짜'로 치부되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시장에서는 내가 가장 성공한 경제학자 중 한 명이라고 하지만 내 동료 교수들은 나를 괴짜 혹은 경제학자들이 가장 모욕적인 말로 여기는 사회학자라고 부른다"며 "내가 수학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오늘날 경제학은 복잡한 수학과 통계학을 모르면 이해할 수 없다"며 "이는 과거 가톨릭 성직자들이 성경 번역을 거부, 라틴어를 모르는 사람은 성경을 읽을 수조차 없게 한 것과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 때문에 경제학적 의사결정권이 기술관료와 중앙은행 관리 등 '고위사제직'에게만 주어진다고 우려했다. 장 교수는 "생물학의 경우 DNA 분석, 해부학, 고릴라 생태연구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연구를 하는데도 모두 생물학자로 여긴다"며 "왜 경제학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연구하지 않는가"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경제학자들이 수학모델의 뒤에 숨어 과학성을 포장하거나 중립성으로 위장해서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장 교수는 "경제 정책은 세계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며 "도덕적 딜레마는 피할 수 없고 윤리학을 동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령 애덤 스미스나 카를 마르크스, 조지프 슘페터 등 고전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은 물론 정치·문화·사회·도덕에 대해서도 저술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마지막으로 "어떻게 경제학이라는 경이로운 학문이 요즘처럼 좁은 시각을 갖게 됐는지 정말 슬프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