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식량난 해결 ‘고육책’/뉴욕 「4자 예비회담」 합의의 의미

◎순조로운 진행땐 전쟁방지·남북경협 이뤄질듯【뉴욕=김인영 특파원】 홍콩의 주권반환 소식이 진동한 30일 뉴욕 맨해튼의 팔레스 호텔에선 남북한과 미국의 대표들이 모여 4자회담 개최를 위한 예비회담에 합의했다. 이날 합의는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고 따라서 한미 양국이 끈질기게 요구해온 4자 회담에 응하지 않을 수 없는 여건임을 입증했다. 4자 회담은 한국전쟁 당사자인 남한과 북한, 미국, 중국의 대표가 모여 지난 53년 체결된 휴전협정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평화협정 체결을 협의하자는 것이다. 붕괴직전에 있는 북한이 더이상 불장난을 벌이지 않도록 막는 대신에 한국과 미국이 경제지원을 통해 북한의 연착륙을 유도한다는 것이 그 목적이다. 따라서 이번 합의가 순조롭게 진전될 경우 한반도 전쟁 방지→평화 구축→대북 경제지원 및 남북 경제협력의 수순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해 봄 직하다. 북한이 4자 예비회담 개최에 응한 것은 심각한 식량 부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특히 그동안 뉴욕에서 개최된 3자 설명회와 준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회담 분위기 조성 명목으로 대규모 추가 식량원조를 끈질기에 요청해왔다. 북한대표들은 올 연말까지 부족 식량분 2백50만톤중 1백만톤은 자체 조달할 수 있지만 나머지 1백50만톤 마련은 어려워 도와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실토했다. 북한이 4자 예비회담에 참여키로 한 이상 한미 양국은 앞으로 회담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추가로 식량원조를 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은 또 예비회담에 참여함으로써 미국의 경제지원을 받을 것을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경제 제재를 풀어야 북한은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 차관을 얻을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이 3자 설명회 등에서 보인 협상태도를 볼 때 예비회담에서 선선히 본회담 개최에 응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 대북식량지원 등이 원만히 진전되지 않을 경우 어려운 문제를 들고 나와 본회담 개최를 질질 끌 공산이 크다. 어쨌든 미국과의 직접협상을 요구하면서 4자 회담 개최에 거부감을 보이던 북한이 회담 개최에 동의한 것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국제질서를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을 인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회담에 응하지 않은 채 경제난을 방치하다간 김일성 사망 3주기를 앞두고 김정일 권력체제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진다는 인식을 한 것으로 외교관측통들은 분석하고 있다. 일단 북한은 중국의 참여로 국제회담으로 격상된 자리에 나옴으로써 국제사회로 나오는 출구를 확보했다. 21세기를 앞두고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체제가 종식되고 민족 협력의 길이 열릴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에 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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