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이 열린다`
기업들이 한ㆍ중 양국정상의 `10대 경제협력 합의`를 계기로 그동안 미개척지였던 중국의 전력ㆍ자원개발ㆍ고속철 건설 시장의 진입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 속에 참여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재계는 이와 관련, “(이번 경제협력 합의를 고비로) 중국 당국이 한국기업에게 특혜를 부여하지는 않겠지만 내심 불안해 하던 불이익이나 불평등한 여건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시장 진출의 안전판이 마련됐다는 의미이자 앞으로 영역구분없이 과감하게 진입할 수 있다는 말이다.
◇중국 사업 `날개` 달았다= 재계는 일단 이번 합의로 중국 당국이 3세대 이동통신, 서부대개발 등 굵직굵직한 사업의 인ㆍ허가권을 따낼 수 있는 호기를 맞았다고 보고 있다.
정봉호 전경련 국제본부 과장은 “ 베이징 올림픽, 상하이 세계박람회, 베이징-상하이 고속철도 건설 등에서 투자 확대 및 협력 강화를 보장 받았다는 데 이번 정상 회담의 의미는 크다”며 “투자 보장이나 사업 인허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에 예정된 3세대 이동통신 WCDMA 시스템 구축사업권을 따내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올 하반기 차이나유니콤의 CDMA 3차 입찰에도 참여할 계획이며 중국 독자 방식인 TDS-CDMA 시장의 타당성도 검토중이다.
LG전자도 자사 브랜드로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할 수 있는 GSM사업권을 따내는데 최선을 다하는 한편 WCDMA, TDS-CDMA 시스템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금융ㆍITㆍ자원 개발 등 전방위 진출= 현재 중국 진출은 전자ㆍ자동차 등 제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정보기술(IT)ㆍ금융ㆍ자원 개발 등이 신주류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중국이 21세기 핵심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는 서부 대개발 사업의 `서기동수(西氣東輸)` 파이프라인 건설에도 참여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전은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중국 전력산업에 진출, 지난 8일 허난성에 10만㎾ 규모의 유동층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키로 했다. 효성의 경우 국내의 3배 수준(1조5,000억원 규모)인 중국 전력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내년 7월 허베이성에 중전기 법인을 설립하고 화둥 지역의 변압기 공장을 인수하기로 했다.
포스코 역시 가스관용 철강재 등의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오는 9월 준공을 목표로 현지법인 장자강(張家港) 포항불수강의 스테인리스스틸(STS) 냉연 생산 규모를 2배(28만톤)로 늘리고 2005년에는 칭다오 STS냉연 생산라인도 완공키로 했다.
◇장미빛 환상은 아직 이르다= 재계는 국내 기업이 중국의 국책 사업이나 금융ㆍ자원개발 사업 등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형도 삼성 중국본사 회장은 “금융ㆍ유통 등 진출은 중국 정부의 시장 개방 일정이나 각종 규제 해소책과 맞물려 있다”며 “특히 서부 대개발은 지금 막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로 본격적인 투자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 과장도 “대중 무역 흑자 규모(지난해 80억 달러)가 커지면서 지금도 20여개 품목이 덤핑 규제나 수입제한 조치에 걸려 있다”며 “교역 규모가 증가할수록 중국의 무역 장벽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최근 국내 기업들의 해외 이전러시와 맞물려 국내 제조업의 산업공동화 현상을 부추길 가능성도 우려된다.
<최형욱,오현환기자 hho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