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숙 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사행성 게임장 관련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하고 '바다이야기'파문과 관련한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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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사행성 게임 수사폭과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 불법 도박게임 ‘바다 게이트’ 특별수사팀이 결성된 지 하루 만인 지난 23일 로비 및 정치권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주무기관인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와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을 압수수색하더니 24일에는 상품권 발행업체 19곳을 동시 수색하는 등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날 상품권업체 압수수색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230여명의 수사요원이 서초동 검찰청사에서 오후2시께 대형버스 10대와 승합차 9대 등 19대에 나눠 타고 서울과 성남 등 수도권에 퍼져 있는 삼미 등 19개 업체로 동시 출발한 것.
이처럼 빠른 수사 보폭을 감안할 때 검찰은 이미 비리 복마전으로 일컬어져온 이들 상품권 업체가 탈세와 매출 누락 등으로 상당액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들 자금을 정관계 요로에 살포한 정황을 포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그동안 첩보와 내사를 통해 이들 업체의 비위를 어느 정도 파악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법원이 이날 검찰이 제출한 19개 업체 모두에 대해 영장을 발부한 것을 보더라도 이들 상품권 업체의 비리구조가 어느 정도 영장 단계에서 소명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들 업체는 지난해 7월 상품권이 인증제에서 지정제로 바뀐 후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의해 무더기로 지정된데다 지정 전까지 재무상태가 적자이거나 인증제 과정에서 탈락한 업체들도 상당수 끼어 있어 정치권의 압력 등 뒷문을 통해 상품권 지정업체로 선정됐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상품권 발행업체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20억~30억원의 예치금이 필요한데 자본금이 10억원이 안될 정도로 영세한 이들 업체가 예치금을 납부하는 등 막대한 자금을 쉽게 동원한 것을 보면 뒤를 봐주는 차명주주가 따로 있거나 조폭 자금이 들어왔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검찰은 상품권 발행업체 등의 계좌를 추적하는 한편 예치금과 회사 설립자금의 배후에 ‘전주’가 따로 있다는 의혹을 캘 방침이다.
일부 업체는 올초 서울동부지검에서 상품권 관련 의혹을 수사할 때 이른바 진품과 발행 일련번호가 같은 ‘짝퉁’ 상품권을 찍어내 유통시킨 흔적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져 판매자금이 조폭이나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는지도 검찰은 눈여겨보고 있다. 검찰이 개발원에서 압수한 목록 중에는 전화 메모와 공문ㆍ회의록 등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져 이들 자료에서 유력 정치인이나 문화관광부 간부들의 이름이 확인될 경우 이른바 정관계 인사의 줄소환이 예상된다. 검찰은 이밖에 인증제 시행 무렵 문화부와 여권 실세 등으로부터 자격미달인 특정업체가 상품권 발행업체로 인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이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 인증제가 시행되던 2005년 7월 이전에 경영상태가 나쁜 업체들이 허위로 서류를 제출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게임장 업주들로 구성된 사단법인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는 24일에도 연쇄적인 접촉을 가지며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어 추후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