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의 대명사가 돼버린 안철수연구소에게 만년 2위 하우리가 공개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로의 백신제품을 가지고 나와 기능의 우열을 가려보자는 것.
하우리의 도전은 '클레즈 H웜'이라는 악성 바이러스의 치료 기능을 둘러싼 논란에서 비롯됐다. 하우리는 지난달 31일 신제품 출시와 함께 "경쟁 업체의 백신들이 클레즈 H웜를 완전히 치료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클레즈 H웜은 지난 4월 22일 출현 이후 각 백신회사의 바이러스 피해신고 집계 순위에서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바이러스다. 여러 회사들이 백신을 내놓았지만 완벽한 치료 기능은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이 하우리측 설명이다.
경쟁사들은 하우리의 발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백신업체는 "하우리가 기능상 별 차이가 없는 제품을 가지고 과장 홍보를 하고 있다"며 의미를 애써 축소시키려 했다. 특히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제품 개발했으면 마케팅이나 잘 할 것이지 왜 우리를 물고 늘어지느냐"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하우리도 굽히지 않았다. "의문을 불식시키기 위해 공개된 장소에서 각 사의 제품에 대한 기능테스트를 해보자"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안철수연구소를 비롯한 경쟁사들에 테스트에 참석해달라는 제안서까지 돌렸다.
권석철 하우리 사장은 "유명세에 끌려 백신을 샀다가 정작 치료기능이 떨어져 발을 동동 굴러본 경험을 갖고 있는 고객이 많다"며 "고객들이 객관적으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정보를 함께 제공하자는데 무엇을 겁내는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10일로 예정된 공개테스트는 '하우리,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경쟁사들이 "하우리의 마케팅 전략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며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결론이 나지 않는 업체간 이전투구의 최대 피해자는 소비자다. 백신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어느쪽 주장을 들어야 할지 혼란스럽다.
소모적인 논쟁을 벌일 시간에 하루에도 수십개씩 쏟아지는 바이러스 치료에 힘을 쏟는 것이 백신업체의 본분이라고 생각 해본다.
김한진<정보과학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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