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마음 수양 않고선 세상에 나가지 마라'

■맹자와 공손추
■남회근 지음, 부키 펴냄


춘향전이나 홍길동전 만큼이나 읽지 않고도 아는 체 할 수 있는 고전으로 논어나 맹자가 꼽히지 않을까.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한번 즈음은 외워 봄직한 ‘맹자=성선설’이라는 등식 외에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아도 맹자, 공자는 알고 있는 고전으로 구분해 놓기가 쉽다. 조선시대 깊게 영향을 받았던 유교문화에 대한 고리타분함이 먼저 떠올라서일까 재미없는 얘기 하는 사람 더러 “공자왈 맹자왈 하지마라”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책은 맹자의 사상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에 집중하는 대신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꼽은 공손추 부분에 집중한다. 맹자라는 고전에 대한 해석이라기 보다 마음을 갈고 닦는 그 근거와 이치를 책 한권에 담았다.

제자 공손추가 스승 맹자에게 공을 이루고 명성을 얻을 때 마음이 동요되는지 아닌지를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맹자가 강조한 것은 ‘호연지기’와 ‘부동심’인데 이는 기(氣)를 닦는 것에서 출발한다. 부동심은 맹자의 정치 철학인 왕도에 이르는 바탕으로 부동심에 이르지 않고서는 나라 일을 맡아 세상에 나서는 것은 고사하고 심신 수양의 기초도 다질 수 없다는 게 핵심.

저자는 책을 통해 수행의 실전지침은 물론이고 중국 역사의 밑바탕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또 수양과 수행의 이치, 불가와 도가의 수행법과의 비교로 심성수양의 같음과 다름을 소개한다.

책은 어려운 한문 자구에 대한 시시콜콜한 해석 대신 왜 심성 수양이 왕도의 본질이 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의 내적 학문과 수양을 충실히 하면 어떻게 성현의 길에 이르게 되는지, 그것이 어떻게 세상 사람을 구제하고 대업에 이르게 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수양을 한다고 해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궁극에는 실천을 해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불교에서 말하는 가행(加行)이 떠오른다. 인간의 본심에는 선함이 내재되어있다는 맹자의 성선설이 어떤 맥락에서 등장하는지에 대해 뒤늦게 이해를 할 수도 있다.

“맹자왈 공자왈” 하는 고리타분한 고전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가치와 본질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요즈음 꼭 한번 읽어 봐야할 책이다. 아울러 읽어서 이해하고 끝낼 게 아니라 실천하고 또 실천하라는 게 저자의 조언이자 충고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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