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칼럼] 주택가격이 거품이라고?

몇 년 전 한 부동산 업자가 필자에게 바다가 바라보이는 집을 사라고 했다. 하느님이 더 이상 그런 자산을 만들지 않을 것임으로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수요가 늘면 자산 가격이 오를 거라는 이유였다. 지난 70~80년대 일본 도쿄의 왕궁 근처 땅값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전체보다 비쌌던 때가 있었는데 그 논리와 비슷하다. 일본에서 산과 바다 사이에는 아주 작은 토지만 있는데 인구는 계속 늘어난다. 그러므로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올라야 한다. 홍콩에서도 사람들은 엄청난 주택 가격을 당연하게 여긴다. 수십만의 사람들이 중국 본토로부터 더 나은 삶을 찾아 몰려들고 있다. 그들도 자산 가격은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90년대 도쿄의 주택 가격은 85%가 떨어졌다. 홍콩도 65%가 떨어졌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도쿄나 홍콩의 그런 버블은 당연히 지속될 수가 없었다. 서울이나 로스앤젤레스(LA)ㆍ런던 등지의 부동산 가격에서 장기 추세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뭘까. 증권시장에서 주가수익률(PER)은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사용된다. 우리가 주식을 살 때 우리는 그 주식을 지탱하는 기업 이익의 미래 흐름을 사는 것이다. 주가수익률 개념은 부동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집을 빌려 사용한다고 가정해보자. 소비자가격지수(CPI) 작성을 위한 데이터를 모으면서 미국 정부는 자신이 주택을 임대한다고 가정하고 임대수익을 매긴다. 임대수익이 높을수록 주택 가격은 올라간다. 임대수익률(PRR)은 주가수익률과 같은 개념인데 부동산에 대한 세금을 낮추거나 그 지역의 경제 전망이 향상된다면 커질 수 있다. 물론 하나의 주택에 대한 장기적인 가격을 결정하는 데는 더 복잡한 측면이 있다. 집은 삶을 꾸미는 공간이다. 우리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편안함과 즐거움을 얻는다. 즐거움을 가치로 환산하기는 힘들다. 이런 심리적 요인 때문에 주택 가격은 심지어 버블 기간에도 임대수익률에 의한 가격산정공식에서 멀리 벗어날 수 있었다. 미국이나 한국에서 임대수익률은 지금까지 장기 추세로부터 동떨어진 상태로 상승해왔다. 아무도 이런 패턴이 얼마나 오래 계속될지 모른다. 하지만 임대수익률은 추세에 굴복하고 자산 가격은 장기 추세로 돌아올 것이라고 역사는 말하고 있다. 이것은 주택 가격 상승세가 저조하거나 아니면 도쿄나 홍콩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예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많은 이익을 기대하고 투기업자들은 자산을 사들였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한꺼번에 팔기를 원했고 가격은 카드로 만든 집처럼 힘없이 무너졌다. 궁극적으로 주택 수요는 경제로부터 나온다. 기본 경제가 건강하고 강한 한도 내에서 주택시장은 붕괴하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경제가 흔들리면 실수요마저 줄어들고 특히 투기업자들은 즉시 시장을 벗어나려 할 것이다. 80년대 남부 캘리포니아 경제는 강하고 부동산 가격은 견실하게 올랐다. 그때 베를린 장벽과 소련 공산주의가 무너졌다. 뒤이어 미국의 방위비가 급격히 삭감됐다. 이것이 남부 캘리포니아의 방위 관련 산업에 치명타를 날렸다. 많은 숫자의 고임금 일자리가 사라졌다. 90년대 전반기에만 주택 가격이 40% 떨어졌다. 결론은 주택 가격의 장기 추세가 경제력의 복잡한 구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이 추세를 예상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장기 추세는 변하지 않는다. 경제를 전망하는 데 주택 가격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주택 구입 감소는 2차대전 후 10번의 경기 후퇴 중 9번에서 중요한 부분이었다. 국내총생산(GDP) 산정에서 주택 투자는 분명한 실적을 갖고 있는 유일한 주요 지표다. 주택은 경제의 다른 부분에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구리의 최대 소비시장이 주택 건설이다. 구리 가격은 주택 건설이 붐일 때 올라갔다. 주택은 또 목재ㆍ카펫ㆍ유리ㆍ관목 등도 필요로 한다. 만약 주택 판매가 자산 가격을 낮추면서 줄어든다면 이것은 다가 올 경제성장률 감소나 경기 후퇴의 분명한 징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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