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마저 '골목 상권' 쟁탈전에…

하나로마트 내달 서초동에 농산물 매장 오픈
도심지 영세 슈퍼마켓들과 갈등 불가피 할듯


대형 할인점인 농협 하나로마트가 소형 점포 사업에 뛰어든다. 하나로마트는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 도심에 농산물만을 파는 소형 매장을 낼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대형 유통업체들의 슈퍼마켓 출점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하나로마트도 소형 점포 수를 크게 늘릴 계획이어서 농협까지 ‘골목상권’ 쟁탈전에 가세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하나로마트ㆍ클럽을 운영하는 농협유통은 이르면 오는 8월12일께 서울 서초동 뱅뱅사거리 부근 우성아파트단지 옆에 친환경농산물 전문매장인 ‘웰빙하우스’ 1호점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장규모는 60㎡(18평)으로 전국 하나로마트(하나로클럽 포함) 22곳 가운데 가장 작은 공항점(14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판매상품은 쌀ㆍ잡곡 등 양곡류와 과일ㆍ채소 등 친환경 농산물이며 생활용품은 판매하지 않는다. 농협한우 브랜드 ‘안심한우’ 1등급 포장제품과 무항생제 돼지고기 및 닭고기도 취급한다. 이밖에 농산물 고급세트 상품과 유제품 등을 포함해 총 200여가지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매장이 작은 점을 고려해 상품 카탈로그와 온라인 주문에 대해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변 서초ㆍ역삼ㆍ도곡동 일부 지역 안에서 일정액 이상 구매고객에게 무료배달도 해줘 일대 다른 소형 식품점들의 매출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마트는 특히 이번 시범점포 운영를 통해 상품구성, 타깃 고객 등을 분석한 후 9~10월께 서울지역에 웰빙하우스 2호점을 내는 등 앞으로 소형 점포를 확대하기로 했다. 하나로마트까지 소형 점포 출점을 본격화함에 따라 최근 유통업계 및 정치권의 골목상권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당정은 기업형 슈퍼마켓(SSM) 설립을 현행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마련한다는 데 합의했다. 하나로마트는 계획 중인 점포들이 논란이 되고 있는 SSM보다 작은 50평(165㎡) 이하 규모에 불과하고 상품도 농산물로 한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나로마트 내부적으로도 일부 매장공간이 넉넉한 점포는 생활용품을 취급할 계획을 갖고 있어 출점이 본격화될 경우 도심지 영세 슈퍼마켓들과의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골목상권 논란 지적에 대해 하나로마트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골목 슈퍼마켓보다 고급 농산물 카테고리킬러(단일품목 전문매장)의 성격이 더 크다”며 “보다 싼 값에 농산물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친환경농산물 생산자들을 위한 판로확보 차원에서도 소형 점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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