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훼손 못 참겠다.”
최근 소액주주들이 감자나 신주발행 등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결정에 대해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액주주들의 적극적 행동이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소액주주들이 상장사의 감자나 신주발행 결정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총 4건이다. 소송을 제기한 주주들은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회사 측 결정에 대해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코스닥업체인 포넷은 이날 소액주주인 황순만ㆍ정인희씨가 ‘주주총회 의안(감자 안건 추가) 변경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남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포넷이 지난달 24일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80% 무상감자를 결정하고 오는 10일 주주총회에 ‘감자’를 안건으로 올릴 의사를 밝힌 데 대한 대응이다. 소액주주들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포넷 소액주주 모임’을 결성하고 ‘의결권 위임’ 등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감자 결정이) 법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어드밴텍테크놀로지는 지난 4일 신장균 외 2인에게서 ‘감자 무효의 소’가 제기됐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소송을 제기한 신장균, 송태석, 신은준씨는 각각 회사 주식을 1만1,000주, 5,000주, 2만2,500주를 보유한 소액주주로 총 지분은 0.29%다. 이들이 소송을 제기한 주 이유는 ‘감자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이다. 감자할 이유가 없는데 9월 회사가 결정한 75% 감자 때문에 최대주주를 제외한 대다수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어드밴텍테크놀로지의 한 관계자는 “감자 결정을 하고 주가가 떨어지지 않았고 법적 하자도 없다”고 밝혔다. 어드밴텍테크놀로지는 9월 이후 스캐너글로벌의 우회상장, 감자 등 경영상의 변동을 심하게 겪고 있다.
또 코스닥업체 알에스넷의 주주인 제이다이너스티와 남인영 외 8명은 보통주 3,980,000주 신주발행 결정에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신청을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상태고, 제로원인터랙티브도 주주 김영은 외 27인이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지난 1일 공시했다.
정근해 대우증권 연구원은 “개인들이 과거와 달리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회사의 결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감자 등을 통한 주주가치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에 행동으로 나서는 것”으로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일부 경영자들의 불합리한 결정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도 있다”며 “주주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황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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