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엔론게이트' 갈수록 수렁

환경단체 "특혜의혹 체니부통령" 소송제기’일파만파로 퍼져 가는 엔론 게이트’ 파산한 미 에너지 기업 엔론사의 회계 관행에 도전했다가 지난해 5월 사직한 존 클리포드 백스터 전 엔론 부회장(43)이 25일 새벽(현지시간)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백스터 전 부회장의 갑작스런 자살에다 딕 체니 부통령, 토머스 화이트 육군 장관 등 공화당 정부 수뇌들이 엔론에 연루된 것이 속속 드러나면서 엔론 게이트는 새로운 국면으로 돌입하고 있다. 따라서 엔론 게이트의 진상 규명은 더욱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보이며 미 정계와 재계를 뒤흔드는 초메가급 핵폭풍으로 번져가고 있다. ◇엘론 전 부회장의 자살 백스터 전 부회장은 아직 의회로부터 청문회 증인 소환장을 받지는 않았으나, 의회 조사관들의 신문 대상이었다. 조사관들은 그의 변호사를 통해 일정을 조정중이었다.^백스터는 케네스 레이 당시 회장 등과 편법적인 거래 및 회계 관행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셰런 워킨스 부회장이 지난해 8월 레이 당시 엔론 회장에게 보낸 경고 편지에는 백스터가 스캔들을 키우고 있는 경영에 대해 매우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묘사돼 있다. 백스터는 하지만 엔론의 임원들이 지난 98년부터 파산 직전인 2001년 11월 사이에 주식을 대거 처분해 11억달러의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둘 때 자신도 한몫을 챙겼다. 백스터는 자신에게 주어진 스톡옵션을 행사해 3,520만달러를 벌었다. 백스터의 자살 원인은 아직 명확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엔론 스캔들의 파장을 더욱 커지게 하고 있다. ◇속속 드러나는 새로운 의혹들 딕 체니 부통령은 엔론 관련 송사에 휘말리고 있다. ^미국의 최대 환경단체인 시에라 클럽은 체니 부통령이 밀실에서 엔론측에 특혜를 주는 정책을 입안했다며 체니 부통령을 상대로 정보 공개 위반에 따른 불법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체니 부통령이 입안한 에너지정책은 알래스카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석유개발을 허용하는 등 에너지 기업에 특혜를 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토머스 화이트 미국 육군장관은 지난해 12월 엔론이 파산보호 신청을 하기 전 이 회사 관계자들과 모두 29차례에 걸쳐 면담 또는 전화통화를 가졌다고 USA 투데이가 25일 전했다. 화이트는 지난해 5월 육군장관에 임명되기 전까지 11년간 엔론의 부회장으로 재직했다. 엔론 게이트가 미 공화당 정부의 주요 인물들에까지 번지고 있어 미 공화당 정부를 뿌리째까지 흔들리고 있다고 정치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최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미 재계 또한 엔론 게이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 기업의 각종 편법적인 회계관행에 관한 개혁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월가의 금융기업들도 엘론발(發) 소용돌이의 가운데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한운식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