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은 외교부가 하고 생색은 청와대가?
■ 아프간 피랍자 전원 석방 합의인질석방 靑명의 발표 빈축
구동본 기자 db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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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배경과 전망
피랍자들 건강은
천호선 靑대변인 일문일답
긴박했던 인질 협상
“광(光) 나는 것은 청와대가, 껄끄러운 것은 외교통상부가 발표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억류 중인 한국인 인질 19명의 전격 석방합의 사실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 명의로 발표된 배경을 놓고 대선을 겨냥한 ‘생색내기’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3일 김경자ㆍ김지나씨의 석방사실은 외교통상부의 조희용 대변인이 공식 확인했으나 이번 19명 인질 전원석방 합의 소식은 청와대의 천 대변인이 발표했기 때문이다. 김경자ㆍ김지나씨 석방은 지난달 31일 두번째 희생자인 고 심성민씨가 피살된 뒤였다. 당시엔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이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3일까지 아프간ㆍ파키스탄 현지에 머물며 인질석방을 위한 외교활동을 활발하게 벌이는 때였으나 조 대변인이 발표를 맡았다.
하지만 이번 합의소식은 송민순 외교부 장관이 24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ㆍ카타르ㆍ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3개국을 순차 순방하는 중에 전해졌지만 천 대변인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에 따라 대선을 4개월도 채 남겨놓지 않은 민감한 시기에 피랍자 가족은 물론 국민들에게 희소식이 될 호재를 청와대가 독차지하려 했거나 낭보의 공을 가로채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번 석방합의가 청와대와 국정원ㆍ외교부 등이 총동원된 총체적 외교활동의 성과로 꼽히지만 피랍자 석방의 주무부처는 재외국민 보호업무를 맡은 외교부여서 남(외교부)의 물건으로 자기(청와대)가 생색을 낸다는 뜻의 ‘계주생면(契酒生面)’이란 비판도 나온다.
외교부의 한 사무관은 “석방합의가 이뤄져 기쁘기 때문에 발표를 누가 했든 아무 상관 없다”며 “그러나 41일간 피를 말리면서 밤샘했던 외교부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줬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천 대변인은 피랍 41일 만인 28일 오후8시30분쯤 인질석방 합의를 이끌어낸 우리 정부대표단과 탈레반 간 4차 대면협상이 이날 오후5시48분부터 7시20분까지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탈레반과의 대면접촉 재개에 맞춰 이날 오후6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안보조정회의를 열었고 회의 말미인 오후8시쯤 한국인 피랍자 석방 합의소식을 전해들었다고 설명했다. 안보조정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렸고 그 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석방합의 소식을 보고받은 만큼 청와대가 합의내용을 발표하는 게 맞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입력시간 : 2007/08/29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