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미 증시 강세에도 불구하고 60일 이동평균선(727.55포인트)의 저항과 원ㆍ달러 환율 급락 영향으로 6일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달러당 1,150원이 무너지고 일본 증시가 급락한 상황에서도 소폭 하락하는 데 그치는 등 환율충격은 예상보다 미미했다고 평가했다. 그 동안 환율충격에 증시가 급락하는 등 실제보다 과도하게 반응했다는 평가가 많았던 것이 투자심리 안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지금과 같은 환율 급락세(원화가치 상승)가 이어질 경우 지수 상승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8일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보다 4.33포인트(0.59%) 떨어진 722.76포인트로 마감했다. 반면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는 이날 2.57%나 급락했다. 달러당 110엔이 무너지면서 증시에 투매가 몰렸다.
일본 증시와 달리 국내 증시의 낙폭이 작았던 것은 기관과 개인이 매도세를 이어갔지만 외국인은 2,500억원에 달하는 순매수세를 이어가며 버팀목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환율 충격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순매수세의 배경에 대해 단기간의 환차익을 노린 헤지 펀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원화절상 추세가 이어질 경우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에다 환차익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원화, 마지노선 붕괴에도 증시는 의외로 차분=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1,140원대 까지 떨어져 34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의 영향으로 종합주가지수가 약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지난달 22일 상황과 비교하면 그 영향은 극히 미미했다는 게 증권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시 환율충격이 주식시장을 엄습하면서 종합주가지수는 33.36포인트(4.46%)나 하락했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22일과 달리 이날 시장 반응이 미미했던 것은 경쟁국인 일본의 엔ㆍ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절상된 데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원ㆍ달러 환율 하락이 기업 펀더멘털 약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엔ㆍ달러 환율도 하락해 충격이 상쇄됐다는 설명이다.
김석생 우리증권 애널리스트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1,150원대가 깨지면서 지수가 출렁일 것으로 우려했지만 엔ㆍ달러 환율의 하락폭이 원ㆍ달러 환율 폭보다 큰 점이 부각되면서 의외로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의 실체 관심=환율의 추가적인 절상에 대해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순매수세를 지속하면서 외국인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외국인 매수의 주체가 환차익을 노린 헤지펀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단기 투자 펀드의 시장교란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동안 외국인은 9,000억원이 넘는 순매수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주가 상승폭이 미미했던 이유는 외국인이 수익률을 고정시키기 위해 경기방어주와 업종대표주 위주로 사들이는 보수적인 매매전략을 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조용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국내 증시로 유입된 투자자금은 달러가치 하락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 투자성격의 헤지펀드로 판단된다”며 “지난 한 주 동안 10억 달러의 헤지펀드 자금이 아시아 시장으로 유입된 가운데 보다 높은 수익을 쫒아 단기차익을 노린 펀드들이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가 하락 이어질 경우 보수적인 대응 필요=전문가들은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원화가치가 높아지면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펀더멘털 약화를 야기해 장기적인 측면에서 외국인의 매도세 전환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주의 실적 모멘텀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원ㆍ달러 환율이 1,150원대를 밑도는 현상이 지속되면 단기적으로 외화부채가 많은 종목과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업종 위주로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달러 표시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과 수출보다는 내수주의 상대적인 강세가 예상된다”며 “그러나 원ㆍ엔화 평가 절하로 엔ㆍ달러 표시 부채가 많은 기업은 약세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굿모닝신한증권은 투자유망 종목으로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음식료ㆍ제지ㆍ철강주, 외화부채가 많은 항공ㆍ정유업종 등을 꼽았다.
<김상용기자 kim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