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주 펀드에 넣어주세요.”
“펀드도 분산투자가 원칙입니다. 3개로 나눠 넣으시죠.”
투자자 A씨는 지난해 말 B증권사 영업점에서 담당직원과 상담한 뒤 그의 말을 따랐다. 당시 모든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대단했고 특히 중소형주 펀드는 그중에서도 발군이었다. 하지만 A씨는 직원의 논리 정연한 설명을 믿었다.
올들어 A씨는 그 직원으로부터 두번 정도 전화를 받았다. “3개 펀드 모두 수익이 좋고 증시 전망도 긍정적이고, 따라서 추가 투자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증시가 급락하고 긴 조정을 거칠 때도 장기투자자인 A씨는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증시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해외펀드가 모조리 마이너스 수익률로 돌아섰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3개 펀드 중에서 그래도 중국펀드가 버티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었는데 이 부분이 망가지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A씨는 당시 직원으로부터 상황 설명을 듣고 싶었지만 아직까지 통화를 못하고 있다. 무슨 일인지 그 직원은 이후 연락이 없다. 그렇다고 A씨 역시 꼼꼼한 사람은 아니어서 직원 이름도 모르고 전화번호도 모른다.
B증권사는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유명한 회사다. 특히 사장이 직접 챙기는 고객 서비스가 좋기로 소문나 있다. 리서치 쪽의 증시 전망을 모든 직원이 공유하는 등 다양한 데이터와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고 있다.
B증권사에 대한 A씨의 평가는 이렇다. “정작 필요한 순간에 연락이 끊기니까 배신감이 들었습니다. 장기투자하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증권사는 바꿔야 될 것 같습니다.”
A씨의 사례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소한 실수로 치부하는 대신 우리 증권사들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추스리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요즘 나오는 증권사 광고를 보면 저마다 자기가 고객의 진정한 투자 파트너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고객이 원할 때 그 자리에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고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칭찬받는다.
고객과의 관계는 100번 잘하다가 한번 잘못하면 그걸로 끝이다. 100번을 다 잘해야 고객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증권사가 ‘내 돈을 불린다’는 생각으로 고객의 돈을 관리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