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크리스토퍼 심스 프린스턴대 교수와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는 유로화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두 교수는 이와 함께 미국과 유럽이 경제적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있어 정치가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스와 사전트 교수는 10일(현지시간) 노벨 경제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후 뉴저지주에 위치한 프린스턴대 알렉산더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사전트 교수는 현재 프린스턴대에서 교환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두 교수는 현재의 경제적 위기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중앙은행 혼자 힘으로 풀 수 없고 재정정책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슨 교수는 "통화정책은 항상 재정적 함축을 포함하고 있으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둘 중 어느 하나의 정책으로 경제적 위기를 타개해나갈 수 있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통일된 재정기구가 없는 것이 유로존의 문제이며 유로화의 미래도 어둡게 전망했다. 심스 교수는 "유럽경제통화연맹(EMU) 체제하에서 만들어진 단일통화에 대해 오랫동안 회의적이었다"면서 "여러 나라에서 함께 사용하는 공동통화는 중앙재정기구 없이는 생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유로화는 중앙은행이 있지만 통일된 재정기구가 없고 이는 흔하지 않은 경우"라면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조화가 필요할 때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전트 교수도 "현재 유로존의 문제는 조세권이 있는 연방정부와 중앙은행이 설립되기 전인 초기 미국에서 나타났던 문제를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단기적으로는 급격한 재정적 긴축을 피하고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재정적자를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이 문제라며 정치가 미국의 난관을 헤쳐나가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 정부가 세금을 낮추면 약속한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예산정책이 "매우 불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분석하는 데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심스 교수는 "나와 사전트 교수가 개발하고 사용한 모델은 혼란한 현시점에서 길을 찾아나가는 데 중요하다"면서도 "단순한 결론이 있다면 이를 세계에 널리 알렸을 것"이라고 분석 모델의 현실 적용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68세로 동갑인 두 교수는 미네소타대에서 연구하고 현재 프린스턴대에서 함께 가르치고 있는 것 등 여러 가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학문적 영역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전트 교수는 현실을 반영하는 복잡한 모델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여러 정책과 구조적 변화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반면 심슨 교수는 경제적 모델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어 대신 데이터분석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이를 인정했다. 심슨 교수는 이와 관련, "우리는 늘 논쟁해왔고 지금도 내가 그의 오류를 천천히 설득하기 때문에 (논쟁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재치 있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