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혈연공동체이자 운명공동체인 '가족'은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아산병원은 어버이날을 앞두고 1990년부터 최근까지 살아 있는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는 생체 장기이식 기증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간 기증자의 절반이 넘는 53.1%가 환자의 자녀로 집계됐다고 7일 공개했다. 생체 장기이식은 뇌사자의 장기기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현실에서 유일한 타개책으로 간ㆍ신장ㆍ췌장이 주요 대상이다.
기증자 분석 결과 총 3,587명의 생체 간 이식 기증자(기증자가 2명인 2대1 간 이식 수술 기증자 734명 포함) 중 절반이 넘는 1,903명(53.1%)이 자녀였다. 다음으로는 형제자매 412명(11.5%), 배우자 224명(6.2%) 등의 순이었다.
자녀 기증자 중에는 아들이 1,386명, 딸이 517명으로 각각 조사됐다. 아들이 많은 것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체격이 커 기증할 수 있는 간의 양도 더 많아 기증자로 적합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의 황신(간이식팀) 교수는 "몸에 남을 수도 있는 상처와 수술의 고통에도 사랑하는 부모님이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면 이런 어려움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효자 효녀가 아직 주변에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간 이식 환자는 말기 간 질환 및 급성 간부전 등으로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갑작스런 응급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간 이식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때는 간 기증자를 빨리 찾아야 하는데 이때 주저 없이 나서는 게 한국의 자녀라고 황 교수는 전했다.
신장의 경우 2,290건의 생체 기증자 중 형제자매가 924명(40.3%)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배우자 346명(15.1%), 부모 335명(14.6%), 자녀 291명(12.7%) 등의 순이었다. 또 췌장은 18명의 생체 기증자 중 가장 많은 7명(38.9%)의 기증자가 부모였다.
황 교수는 "가끔은 수술대에 올라선 부모 자녀 간 사랑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한다"면서 "특히 평소 무뚝뚝해 보이던 자녀들도 부모의 어려움에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면 우리에게 아직은 효심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