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 매치' 주연 이정재, "매일 4시간 격투훈련… 몸만들기 힘들었죠"

악당에 납치된 형 구하는 이종격투기 선수役 맡아
유머 가미된 액션 선보여


도둑들·신세계·관상으로 흥행 3연타석 홈런을 날린 배우 이정재(사진)가 이번에는 제대로 몸을 쓰는 '본격 액션' 영화로 돌아왔다. 27일 개봉하는 영화 '빅매치'에서 그가 맡은 캐릭터는 이른바 '뇌도 근육으로 차 있을 것 같은 남자' 최익호. 싸움 하나는 끝내주게 잘하는 이 유쾌한 이종격투기 선수는 악당 에이스(신하균)에 납치된 형(이성민)을 구하기 위해 100명에 가까운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수십 명의 조폭을 때려 눕히며, 높다란 고층빌딩에서 훌쩍 뛰어내린다. 그것도 도구 하나 없이 맨몸으로 말이다. "준비가 쉽지 않았다"는 하소연이 나올 법도 하다. "오전 2시간은 운동을 하고 오후 4시간은 격투 훈련을 했다. 액션도 액션이지만 관객들이 시각적 쾌감이나 공감을 느낄 수 있게 몸을 만들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그렇게 영화 촬영 전 몸 만드는 데만 5~6개월이 걸렸고 또 5개월 가량의 촬영기간 동안 그 몸을 유지해야 했다. 1년을 꼬박 고생했는데, 대중들은 '쟤 원래 몸 좋잖아' 라는 식으로 생각하실 것 같아 좀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웃음)"

특히 이번 액션은 뭔가 좀 다르다. '이정재' 하면 떠오르는 각이 살아있는 액션이 아니라 다소 둔탁하기에 더 실제 같은 액션이다. 심각하기보다 '웃긴 액션'이라는 게 포인트기도 하다. 배우는 "무술감독님이 '아저씨'와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작업을 하신 분인데 그 분의 스타일은 유지하면서 코믹한 요소를 최대한 살려 디자인하는 것이 콘셉트였다. 색다른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를 테면 진짜 같은 타격감을 주기 위해 실제 주먹이랑 똑같이 생긴 실리콘 글로브를 만들어 그걸 끼고 직접 때리는 방식으로 장면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빅매치는 최근 이정재가 출연해 흥행에 성공시킨 '도둑들'이나 '관상'처럼 멀티캐스팅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다. 다른 게 있다면 빅매치에서는 극의 80%를 이정재가 이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비중이 크다는 것. "'관상'의 경우 나도 시나리오를 보며 황당했던 게 '이거 내가 언제 나오는 거야' 싶었다. 근데 드디어 내 역할이 나오는 순간부터 영화 색깔이 확 바뀐다는 것을 느꼈다. 영화의 색깔을 바꾸는 인물이라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결국 어떤 캐릭터냐가 문제이지 영화 속 비중이 큰지, 작은 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끝으로 20년 가까운 시간 배우로 살아온 느낌을 물었다. "한 직업을 오래 하다 보면 누구나 자신만의 방법이 생기는 것 같다. 내 경우는 에너지를 좀 더 잘 활용하는 법을 배운 것 같은데 이를 테면 맛을 보는 것이랑도 비슷한 것 같다. 모든 맛을 다 느끼려고 짠맛, 매운맛 다 맛보다 보면 결국 무슨 맛인지를 모르게 되지 않나. 어떤 맛에 집중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그런 방법론적인 면에서 노하우가 생긴 것 같긴 하다" 이어 말했다. "노력을 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어느 순간부터 0.001%의 차이를 관객들이 안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앞으로도 나의 노력도 그 퍼센트를 조금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작은 노력을 계속 거듭 더해가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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