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주말 오후 서울 신촌 연세대 앞의 휴대전화 판매점 안. 26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삼성 갤럭시S4, 팬택 베가 아이언을 살펴보는 방문자들로 북적거렸지만 선뜻 가입신청서를 작성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기기를 만져본 후 구입하지 않고 매장을 떠났다. 두 제품은 물론이고 지난해 출시된 스마트폰 구모델 역시 지급되는 보조금 규모가 적었던 탓이다.
갤럭시S4의 경우 현재 70만원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갤럭시 S4의 출고가가 89만원 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원되는 보조금이 20만원도 안 되는 셈이다. 보조금 지급은 기기당 최대 27만원까지 가능하다. 한 매장 방문객은 동행한 이에게 "3개월쯤 지나면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귀띔하며 매장을 떠났다.
온라인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보통 보조금 경쟁이 가장 치열한 토요일인 27일 저녁 '뽐뿌' 등의 IT기기 커뮤니티에는 "오늘은 기다렸던 보조금 경쟁이 없어 실망스럽네요."같은 게시글만 눈에 띄었다.
갤럭시노트 2, 갤럭시 S3, 옵티머스 G 등 지난해 출시된 스마트폰은 10만~40만원(실구입가 기준)대에 판매됐지만, 이통사들의 보조금 경쟁이 한창 치열했을 때에 비하면 비싼 수준이라는 게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대리점, 판매점은 갤럭시S4, 베가 아이언, 옵티머스G프로 등 최신 스마트폰 출시 이후 예전 모델들을 집중적으로 밀어내는 마케팅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보조금 수준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것.
이통사 관계자들은 "이제는 새로운 스마트폰 제품이 나와도 소비자들이 예전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 데다, 이통사 입장에선 자칫 보조금과 엮일까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미 전체 휴대전호 가입자(약 5,300만 명)의 66% 가량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데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의 사양ㆍ디자인ㆍ기능도 엇비슷해진 탓이다.
또 지난달 청와대까지 나서 보조금 과열 경쟁을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이통업계는 갤럭시S4 마케팅 경쟁이 보조금 경쟁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갤럭시S4나 베가 아이언 출시를 계기로 보조금 경쟁이 재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신 이통 3사는 새 요금제나 부가 서비스로 가입자를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3사는 지난 3월부터 잇따라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를 내놓은 바 있다. 최근 출시한 '모두다 올레'ㆍ'유선무선 완전무한' 요금제로 이미 30만 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한 KT의 관계자는 "갤럭시S4, 베가 아이언이 출시되면서 이달 말까지 50만명 이상이 두 요금제를 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올해 초부터 보조금 경쟁으로 잃은 가입자 충성도를 만회하겠다는 방침 아래 '착한 기변'ㆍ'착한폰' 프로그램, 'T끼리 요금제' 등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