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1월 27일] 주택대출 만기연장 은행의 협조가 관건

정부가 1가구1주택자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 만기연장을 보증해주기로 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가장 위험한 부분이 가계대출, 그 가운데서도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점에서 일단 바람직한 조치로 판단된다. 정부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6억원 이하 1주택자에 한해 만기연장 때 종전 대출금액과 신규 대출금액의 차액을 주택금융공사가 은행에 지급 보증하는 방식을 취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신용보증기금을 5,000억원 정도 늘릴 방침이다. 주택담보대출의 대위변제율이 1%가량이므로 주택보증을 50조원가량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셈이다. 최근 정부가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한 전국을 투기지역에서 해제함에 따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종전의 40%에서 60%로 높아진 만큼 대다수 주택담보대출자들이 당장 상환압박에 시달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금리상승 등으로 원리금 상환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택담보대출이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실물경기 침체가 장기간 계속되면 감원 확산 등 고용시장 한파와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지면서 파산위기에 직면하는 가계가 늘어날 수 있어 마음을 놓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금융권은 올 들어 자기자본비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더욱이 지난해에 비해 수익성마저 현저하게 줄어들어 실제로 창구에서 대출상환 연기를 거부할 소지가 없지 않다. 금융권 전체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올 6월 말 현재 307조원에 달하고 당장 내년 6월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것만도 47조원이나 된다. 신용보증기금 등의 보증서가 있어도 은행 일선창구에서 중소기업에 제때 대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경매시장에서 가파르게 떨어지는 낙찰가율을 핑계로 주택담보대출 연장을 거부하는 사태가 없어야 한다. 정부의 정책이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되도록 금융당국의 감독도 강화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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