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리는 개각론

與 인적쇄신 요구 확산 속 문서유출 사건 마무리 후
'국면 전환용' 인사설 솔솔… 정총리·김기춘 교체 전망도

/=연합뉴스

'비선 계통 국정개입' 의혹 문건 유출 파문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락하면서 신년 초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 청와대 비서진과 정홍원 국무총리 등 내각에 대한 인사쇄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에서 무성하다. 비선 실세 논란의 수렁에서 벗어나 새롭게 분위기를 일신해야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공기업 개혁, 규제 완화 등 경제활성화를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아직 개각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문건 유출에 관한 검찰수사가 마무리되면 집권 3년 차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인적쇄신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특히 새누리당에서는 친이명박계나 비주류를 중심으로 청와대와 내각의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4선)은 17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세월호 참사로 잃어버린 시간을 또다시 문건 유출로 흘려보낸다면 국정동력의 심각한 상실이 우려된다"면서 "인사가 만사인 만큼 대통령께서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 문건 파동에 대해 매일 언론에서 대서특필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는 청와대의 상황인식은 너무 안이하게 느껴진다"며 박 대통령에게 인적쇄신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그런 움직임(인적쇄신)을 알고 있지 못하다(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며 공식적으로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서둘러 문서 유출 사건에서 벗어나 국정과제에 에너지를 모을 때"라며 분위기 쇄신 요구에 대해 일정 부분 동감을 표시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내부에서 후보군을 비공식적으로 검증하며 인적쇄신에 대비해왔다는 추측도 나온다.

인적쇄신이 단행된다면 정 총리의 교체가 확실시된다. 정 총리는 앞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했다가 안대희·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하자 다시 유임됐다. 내년 5월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희망하는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6월 개각에서 유임됐던 경제부처 일부 장관들을 중심으로 중폭 이하의 개각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1월12일부터 정부 업무보고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순리대로 개각이 이뤄지면 연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김 비서실장도 비선 라인 국정개입 의혹 사건의 책임을 지고 쇄신 대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수석비서관의 교체 가능성도 크다. 초미의 관심인 청와대 비서관 3인방(이재만 총무, 정호성 제1부속, 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에 대해서는 교체의 목소리가 높지만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지는 회의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여권 안팎에서는 새 총리 후보 지명이나 중폭 이하의 개각이 단행될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국면 전환용 인사'에 대한 거부감이 큰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오히려 청와대 비서실장을 당분간 교체하지 않다가 내년 2~3월께 바꿀 것이라는 분석도 동시에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대통령을 의식해 문건 유출에만 수사 초점을 맞춘 것을 볼 때 청와대 비서관 3인방에 대한 교체는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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