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내연산 계곡은 폭포들의 향연장

2003/7/25-26 (무박) 가랑비 후 갬 뫼솔 산악회 (42명) 포항시 송라면과 영덕군 경계의 내연산 (內延山: 710m) 산행거리: 약 18km 산행시간: 8시간 산행: 보경사 입구 (:4:30) ? 문수암 (4:50) ? 문수봉 (5:38, 622m) ? 내연산(삼지봉)(6:18, 710m) ? 향로봉(7:40-8:05, 930m) ? 갈림길(삼거리, 보경사, 향로봉, 9:00) ? 은폭(10:55) ? 연산폭, 관음폭 (11:36) ? 쌍폭(12:06) ?보경사 (12:30) 서초구청 정문 (22:40) ? 망향 휴게소(24:00:00-20) ? 강교휴게소 (3:20-40)- 내연산(보경사)입구 (4:25) ? 보경사 입구(12:30) - 출발 (14:13) ? 추풍령 휴게소 - 서초구청 정문 (19:50) 본격적 여름 되나 토요일 아침에 장마전선이 동해안으로 완전히 빠져나간다니 지난 토요일처럼 우중 산행은 되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그런데 장마전선이 빠진다는 일기예보와 함께 날씨가 찜통으로 변하는 것 같다. 밤 10시 집을 나서는데 열대야다. 여름 휴가의 피크인 8월이 걸린 7월의 마지막 주의 바로 전 주말이 되다 보니 서울을 빠져나가는 피서 승용차들로 경부고속도로 초입이 꽤 막힌다. 1시간 20분이 되어서야 망향 휴게소에 잠깐 들르고 난 후 눈을 좀 붙인 듯 했는데 강교 휴게소(3:20-40). 라면이 맛이 있어보여 시켰는데 짜증내며 해주는 것 좀 짠듯하다. 스님들 깨우는 범종소리 보경사 입구에 내리니 4시 반이 조금 못됐다. 실 가랑비가 오고 하늘은 캄캄하다. 들머리에 들어서자 마자 불이문 (不二門)이 나온다. 1,400년 고찰 보경사(寶鏡寺)의 입구임을 알 수 있으나 마음을 한곳으로 모은다는 일주문 (一柱門)이 아닌 불이문이라니!? 해탈문 (解脫門)이라고 하는 이 문은 일주문, 천왕문을 지나 마지막에 나오는데… 하여튼 쉽게 해탈을 하게 해주는 문을 지나니 싫지는 않다. 넓은 계곡물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범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새벽 염불 시간인 모양이다. 계곡을 즐길 회원들은 문수봉, 내연산(삼지봉), 향로봉에서 계곡(연산폭, 관음폭)으로 내려오고, 6개봉을 일주하고 싶은 회원들은 남쪽으로 매봉, 삿갓봉, 천령산(우척봉)을 지나 같은 계곡으로 내려 오란다. 특히 8시까지 향로봉에 이르는 사람들만이 일주 코스를 잡아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란다는 버스내에서의 박대장의 멘트였다. 일단 선두 그룹에 따라가 향로봉에서 결정해 볼까 하는 생각이었다. 사실 무게 중심은 계곡에 가 있다. 대부분의 산악회들이 계곡 중심의 산을 택하는 이유도 더위를 피해보려는 것 같다. 날은 밝아오는데 빗방울은 커져 후래쉬를 잊고 안 가져와 앞뒤 일행의 불빛으로 걸어갈 수 밖에 없다. 장마철에 내린 비가 많아 지나는 곳곳이 물이 고여 있다. 10여분 정신없이 따라가니 오르막길인 문수암 입구다. 계곡과 능선으로 갈라지는 지점. 오버페이스 한다 싶게 속도를 내니 금방 지쳐버린다. 문수암에 이르니 (5:20) 손목시계 바늘이 육안으로 식별이 되고 빗방울이 좀 굵어지는 것 같다. 허연 두 물줄기가 왼쪽 골짝 한참 아래로 보인다. 누가 봐도 초입의 쌍폭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5시가 넘어서니 부지런한 새가 일어나 아침을 노래한다. 비는 내려도 새소리를 들으니 상쾌해진다. 그러나 지쳐 더 이상 따라 올라 갈 수 가 없다. 다시 페이스 조절을 하기 위해 천천히 걸었다. 그러면서 문수봉(622m) 에 올라간 시각이 5:38. 짙은 운무에 비가 오는지 나뭇잎에서 떨어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물방울이자꾸 떨어져 배낭에서 커버를 꺼내 씌웠다. 6:15/ 봉우리도 아닌데 삼지봉 (내연산:710m)의 큰 입간판이 서 있다. 북쪽으로 동대산(779m), 서쪽의 향로봉(930m), 동쪽의 보경사로 갈라지는 삼거리라서 삼지봉이다. 그 곳에서 조금 올라가니 편평한 곳에 헬기장이 있으며 진짜 삼지봉임을 알려준다. (보경사까지 5.4km, 향로봉까지 3.7km) 육산인 이 내연산은 처음 능선에 오를 때를 빼면 6개봉에 이르는 등산로가 지루할 정도로 비슷하단다. 부담없는 육산의 하이킹 코스 동네 뒷산같이 부담이 없는 능선 내지 비탈 길이다. 어떤 곳은 임도 같기도 하고, 어떤 곳은 산보길 같기도 하고. 곳곳이 낙엽이 곱게 다져져 푹신푹신하기까지 하다. 나무나 풀들도 특이한 게 거의 없다. 참나무를 포함 활엽수가 주종. 운무 때문에 멀리 동해안이 보이지는 않는데 한참을 가다 보니 다시 삼지봉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등산로와 주위 나무나 풀이 비슷하다. 7:06/ 남쪽 밤나무동 코스로 갈라지는 능선에 오니 향로봉으로 가는 이정표가 있어 확실히 제대로 가는 길임을 알 수 있다. 향로봉까지 1km. 잠깐 앉아 참외 하나 깎아 입에 넣고 헬기장이 있는 향로봉에 올랐다. 7:40 정상 향로봉(930m)에서 아무 것도 조망이 안돼 날이 맑으면 동으로는 포항시와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보이고, 북동쪽으로는 영덕이, 북서쪽으로는 주왕산(721m)과 그 서쪽 끝자락에 청송이 보인다는데 주위는 운무로 조망이 전혀 안 된다. 후미까지 전부 오니 20여명이 모였다. 경릉 참봉을 지냈다는 (月城 李公翼榮之墓) 분의 이름이 풀 아래로 슬쩍 보이는 길쭉한 화강석에 새겨져 있다. 일행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높아 성묘를 제대로 하겠냐는 얘기다. 왕릉의 참봉을 지냈으니 세도를 좀 부렸을 테고 후손을 위해 얼마나 신경을 써 묘지를 잡았겠는가. 이 참봉의 깊은 뜻을 모르는 이야기 같다. 꽃 핀 야생화가 여럿 눈에 들어와 둘 셋씩 앉아 먹을 것을 꺼내 놓고 비어있던 배를 채운다. 그런데 주위에 몇 종의 야생화가 눈에 들어 온다. 줄기를 높게 세워 보라색 꽃을 차례로 달고 있는 옥잠화의 사춘격인 비비추들이 묘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고도가 좀 높아서 그런지 잎은 쪼그라들었다. 이삭처럼 노란 꽃을 풀대 위로 달고 있는 짚신 나물, 역시 노란 산형의 꽃을 받쳐 들고 있는 마타리, 돈나물과의 노란 별을 잔뜩 이고 있는 기린초, 뭔지 가시가 있는 새끼 밤송이처럼 달고 있으면서 네쪽 꽃잎을 피운 뱀무. 노란 원추리는 오면서 수시로 보았고, 꽃가게의 꽃보다 더 조그만 안개꽃(baby`s breath)도 지나는 등산길에 수시로 눈에 띄었다. 이쁘게 피어있는 바람개비 모양의 다섯잎 보라색 꽃은 숙제란다. 시명리 마을을 향한 계곡 하산 8:05/ 계곡이 좋다는 내연산인지라 많은 사람이 계곡에서 맛을 즐겨 볼 생각들이다. 비는 그쳤다. 박대장과 함께 모두 남쪽 하산길인 고메이동길을 따라 나섰다. 한 일행이 계곡길이 까다로워 보경사까지 4시간 정도 걸릴 거란다. 시명리까지는 1.5km. 시명리 (時鳴里)는 자시(子時: 밤 11-1시)가 되면 닭울음 소리가 들린다는 전설을 간직한 마을 윗쪽 계명봉(鷄鳴峯: 일명:時鳴峯)이 있는데서 유래 한 것인데 지금은 인가는 전혀 없단다. 언듯 언듯 보이는 남쪽의 능선은 나무로 뒤덮인 부드러운 곡선이다. 30여분 내려오니 오른쪽으로 계곡 흘러내리는 물 소리가 요란하다. 시명리쯤에 오니 매봉, 삿갓봉, 천령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삼거리에서 한데 모아져 이곳 시명리에서 향로봉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과 만나면서 동쪽으로 급물살을 만든다. 30여분을 계곡에 접근을 못하고 중턱을 따라 오다 너덜길을 두어 곳 지나니 신발을 벗고 건너야 한단다. 물이 무릎까지 올라오며 발이 시리다. 시명리에서 2km정도 지점의 계곡에 어울리게 은폭이라는 커다란 폭포가 나온다. 위에 이 곳 청하골의 시명리에 있다는 9번째의 폭포 시명폭과, 그 위에 연이어 있다는 복호3폭, 복호 2폭, 복호 1폭이 있지만 등산로가 접근이 안돼 보이지는 않는다. 12폭, 28경이 있는 이 청하골은 경북의 소금강으로 불린다. 연산폭, 관음폭은 태풍 루사 때문에 아쉬움 남아 절벽 아래로 부서져 내리는 허연 물은 현기증이 난다. 은폭. 보고 있으면 그냥 빨려 떨어질 것 같이 아찔하다. 디카를 꺼내 몇 컷 담아 보았다. 떨어지고 나면 언제 그랬냐듯이 소를 빠져나와 너른 계곡을 유유히 흘러내려간다. 시루떡처럼 가로 세로 절리가 돼 있는 깎아지른 절벽과 바위들이 즐비하여 눈을 즐겁게 한다. 진초록의 바위손이 다닥다닥 절벽에 수를 놓았다. 세번째로 신발을 벗고 바지를 무릎위로 걷어 올리고 계곡물을 건너 깊은 절벽 자연 돌계단을 따라 내려 오니 보경사에서 이 곳까지 3km에 있는 청하골의 하일라이트인 여섯번째 관음폭과 일곱번째의 연산폭이 있는 곳. 두 줄기로 흘러내려오는 끝자락의 관음폭포가 귀퉁이에 보인다. 옆 단애에는 굴들이 뚫려 있다. 씨멘트로 낮은 다리를 만들어 놓아 계곡을 가로지르게 돼있다. 여기까지는 나들이하는 사람들이 많이 올라온단다. 단애위로 금지된 층계가 보인다.11:36 인공 층계를 오르면 10평 남짓 공간이 있고 반대편 단애와 연결된 연산교라는 구름 다리가 있었는데 작년 루사가 할퀴고 간 후 복구가 안된 상태다. 10월 16일까지 연산교의 개량 복구를 하겠다는 포항시가 내건 플래카드가 있다. 그래서 숨어 있는30m의 학소대 절벽으로 흘러내리는 연산폭과 그 아래 긴 관음폭의 물줄기를 볼 수 가 없다. 지난 며칠 장마비에 수량이 많아 더 없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라는 데… 호로병 같은 산세로 계곡 깊어 최고봉 930m의 계곡치고는 너무 깊고 폭포가 많다. 위로 7개의 폭포 말고도 아래에 이름을 갖고 있는 폭포가 5개. 위서부터 무릉폭, 잠룡폭, 삼보폭, 보현폭, 마지막이며 보경사에서 첫번째인 5m의 쌍생폭. 폭포와 함께 절벽의 이름도 많다. 학소대 외에 기화대(奇花臺), 선일대, 비하대 등. 이런 깊고 넓은 계곡에 단애와 폭포가 많은 것은 천연의 주머니 모양의 산세가 빗물을 받아 보경사 입구로 쏟아내기 때문. 천령산(776m;우척봉)과 내연산(삼지봉)이 가까이서 좁은 골을 이루고 삼지봉, 향로봉, 매봉(응봉), 삿갓봉, 천령산이 그 넓은 주머니를 만들어 수천 수 만 년 동안 비만 오면 한 곳으로 모아 이 골로 쏟아 부어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계곡은 능선이 주는 부드러움과는 대조적으로 기암괴석의 장관이다. 북한산이 서울 시민의 축복이라면 이 계곡과 봉우리들은 포항시민의 축복이다. 이 산의 산행 들머리와 날꼬리가 똑같이 보경사다. 다른 선택은 의미가 없다. 쌍생폭포는 폭포들의 서곡 보경사에서 1.5km 떨어진 쌍생폭포는 가운데 큰 바위가 5m폭포를 둘로 갈라 만들어 놓았다. 그 아래는 넓은 소를 이루고 있다. 새벽 능선을 오르면서 내려다 볼 때 보다 훨씬 웅장하다. 이런 천연의 계곡이 있어 영일군 (지금은 포항시)은 일찍(1987년) 군립 공원으로 지정 현재 입장료를 2,000원(성인 기준)씩 받는다. 창녕군이 화왕산을 군립으로 지정 1,000원씩 받는 것과 유사하다. 표어가 보통 산에 있는 것과 달리 눈길을 끈다. ``자연은 후손/ 항상 아끼고 사랑합시다.`` 후손에게 훼손 되지 않은 자연을 남겨 주자는 것 보다 한 발 앞선 표어 같다. 밧줄하나 메어 놓을 필요도 없고 사다리 하나 놓은게 없는데 이 천연의 계곡을 그대로 영일군(포항시)의 세수원으로 잡아 놓았다. 입장료값인지 구조지점을 열심히 많이 만들어 놓았는데 육산이라 그렇게 쉽게 조난 당할 일이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좋은 일이다. 하여튼 이런 천연의 계곡을 갖고 있는 것도 제 복인 것 같다. 큰 바위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이제는 자갈들만 물아래 깔려 있는 계곡이 나온다.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날카로움은 다 없어지고 두리뭉실한 바위와 자갈들. 그렇게 물에 시달리며 떠내려 와서도 불평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듯 물이 갖다 준 대로 놓여있다. 사람이 건들지 않으면 불만없이 처음 장소에 서 있는 나무들같이... 어둠 속에서 지났던 계곡과 능선의 첫 갈림지점인 문수암 입구(12:15)를 지나 불국사를 어미절로 하고 있는 보경사에 이르니 (12;30) 입구에 800년 됐다는 속이 텅 빈 고목의 회화나무가 하늘 높이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원진국사가 고려 23대 고종 원년 (1214)에 이 절을 중창했다니 원진국사 때 쯤 심어진 나무였을 것이다. 이 고찰과 산의 변화를 그렇게 오래 서서 지켜봤다는 얘기다. 할말이 많겠지만 잠깐 만난 나에게 쉽사리 얘기 보따리를 꺼낼 것 같지 않다. 1,400년 고찰 보경사의 이모저모 새벽 마음을 하나로 가다듬을 사이도[일주문의 의미] 없이 해탈문[不二門]이 나타나 해탈의 길로 들어섰던 절이다. 입구 오른쪽으로 큰 키의 깨끔한 적송들이 밭을 이루고 있다. 경내에 들어서니 천왕문이 맞이한다. 처마 밑 중앙에 천왕문(天王門), 왼쪽에 보경사(寶鏡寺), 오른쪽에 내연산(內延山)이라고 한자로 쓰여있다. 일반적으로 일주문에 써 놓는 문패인데, 불이문이 입구문인 것과 함께 파격을 이루고 있다. 내연산은 본래 종남산(終南山)이었는데 신라 왕이 이 산속[內]에서 견훤의 난을 피해 생명을 연장[延]했다해서 내연산(內延山)으로 개칭했다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천왕문을 지나니 ``고요가 깃든 진리의 빛`` 자체인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의 적광전(寂光殿)이 5층석탑을 앞세우고 주법당으로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 뒤로 석가모니불을 모시는 대웅전이 웅장하다. 처마 밑 다포의 건축양식이 한층 힘을 실어주며 믿음직해 보인다. 부처님과 양 협시보살상이 동자승처럼 규모가 작다. 보경의 의미가 담겨 있는 팔면경의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 1,400여년 된 고찰. 뒤로는 석가모니의 일생을 여덟폭의 그림으로 그려 봉안한 팔상전, 진영각, 원진각, 영산전, 명부전 등 조그만 전각들이 일자로 높이 자리잡고 있다. 고려 고종 11년 (1224)에 세워진 원진국사비(국보 252호)가 비각에 보호를 받고 있다. 상단에 전서체로 원진국사지비(圓眞國師之碑)라고 가로로 쓰여있다. 받침석인 귀부의 거북이는 오른쪽 이빨 하나가 없어져 잘 못하면 입속의 여의주를 도둑맞을까 걱정된다. 원진국사 사리탑 (보물 430호)과 함께 이 고찰의 2대 보물. 상사화가 절 화단에 눈에 띄는 화단의 상사화 (相思花). 두 곳에 엷은 분홍의 꽃을 풀잎이 없이 긴대 끝에 매달고 있다. 떨어져 있는 두 포기를 비스듬히 디카에 담았다. 잎과 꽃이 서로 다른 시기에 나와 보지를 못하고 사모한대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데 사실 그런 꽃이나 나무가 한둘인가. 그리고 정령 사랑은 암술과 수술이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억지 맞춤. 절에 많이 심는데 출가한 중의 세속 연인과의 사랑이야기 때문이라기 보다 방부제로 쓰기에 좋아 많단다. 8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동동주 한잔 하니 기분이 좋다. 12:45-14:13 이 곳에서 잠시동안의 해탈을 부드러운 능선, 폭포가 절경인 계곡, 해수욕장이 많은 바다가 어우러져 여름 산행에 더 없이 좋다. 고찰 보경사는 조상의 얼을 짚어보며 마음을 맑게 해 볼 수 있는 또 다른 기회. 생과 소멸이 없고 (불생불멸:不生不滅), 더러움도 깨끗함도 없고(불구부정:不垢不淨), 증가도 줄어듬도 없는(불증불감:不增不減)세계[반야심경에서]는 둘이 아닌 하나인 해탈의 세계다. 내연산 계곡에서 쉬고 이 절에 들어 와 잠시나마 해탈의 경지에 들어보는 게 어떨까? 고속도로를 따라 눈에 들어오는 여름 14;13/ 보경사와 내연산을 뒤로 하고 광천에 나오니 드넓은 바다가 잠깐 나타나고, 그 아래 월포해수욕장이 휴가객들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장사, 화진 등의 해수욕장이 있다. 차창으로 짙은 녹음속에 넓은 연밭도 나타나고, 멀리 하얀 종이조각이 나무에서 움직이듯 하얀 왜가리가 놀고 있는 소나무 밭, 남미의 고향을 생각하며 이국의 고속도로가에서 목을 빼고 있는 노란 달맞이 꽃, 멀리 겹겹의 산 능선이 아직도 구름에 가려 실루엣으로 보이고, 구미의 금오산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포도밭의 시렁 아래로는 봉지가 주렁주렁 달려있어 포도가 영그러가고 있음을 말해 준다. 8월의 땡볕을 기다리면서. 박대장님은 생각도 깊다. 추풍령 휴게소에 잠깐 (17:20-40) 정차하면서 손을 깨끗이 씻고 오란다. 일행들을 위해 중복인 오늘을 챙기느라 큰 수박 두 덩어리를 칼로 자른다. 덥지는 않지만 더 없이 맛있다. 대구에서 막히지 않아 5시간 30분이 조금 넘은 19:50분에 서초구청 정문에 도착. 날씨가 무덥다. 장마가 정말 갈려나? 매미소리 요란한 본격적인 피서철인 8월이 곧 시작된다. <채희묵 chaehm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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