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음악에 빠진 폴란드 교수 마리아 포미아노브스카

벽안의 음악가가 말한다 "국악이 진짜 음악"
"상업적인 성공 바라지 않는 음악 학생들도 헤비메탈보다 낫대요"
산조·아쟁·해금 배우며 국악에 흥미… 전주소리축제선 '쇼팽&아리랑' 선봬
바르샤바음악제에 한국뮤지션 초청도


"국악을 처음 접한 순간부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정신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한국 음악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는데, 알면 알수록 이 음악이야말로 내 나라 폴란드의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한국에서 7,000㎞ 떨어진 먼 나라 폴란드에서 '국악'이 인기를 끌게 된다면 그 공의 상당 부분은 이 사람에게 돌려야 할 것 같다. 폴란드 명문 크라쿠프 음악원 교수이자 연간 1만~2만 명의 관객이 찾는 중동부 유럽 최대의 민속 음악 축제 '바르샤바 월드뮤직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인 마리아 포미아노브스카(Maria Pomianowska·53·사진)의 얘기다. 바르샤바에 위치한 주폴란드 한국문화원(원장 김현준)에서 만난 그는 만나자마자 "국악은 일본·중국의 스타일과도 다른 매우 특별한 음악"이라며 극찬을 쏟아냈다.

1996년 처음 방문한 한국에서 산조와 아쟁·해금을 배우며 국악에 흥미를 느꼈던 감독은 이 음악을 폴란드에 소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두 나라에서만 발견되는 특유의 3박자 리듬을 공통분모로 삼아 꽤 괜찮은 '한국-폴란드' 음악 프로젝트도 성사시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올해 10월 전주 소리축제에서도 소개된 '쇼팽&아리랑'이다. 폴란드 대표 음악가인 쇼팽의 마주르카와 한국 정서를 담뿍 담은 아리랑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음악이다. 놀라운 건 이 곡의 기초가 1996년에 이미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1996년 국제교류재단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고 산조와 아쟁·해금 등을 배웠고 국악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몇 개월 후 폴란드로 돌아와 6명으로 구성된 국악팀을 초청했고 내 밴드와 함께 공연을 했다. 주로 산조 시나위 같은 전통음악들이 즉흥적으로 연주됐는데, 그중 쇼팽의 음악과 아리랑을 믹스한 곡도 있었다. 이게 한국 음악과 나의 첫 인연이다"

2005년 처음 시작된 '바르샤바 월드뮤직 페스티벌'의 개최 준비를 하면서도 국악을 소개할 기회를 계속 찾았다. 그렇게 2012년에 안숙선 명창이, 2014년에 창작 국악 공연단 '숨(SU:M)'이 각각 초청됐다. 호평이 쏟아진 공연은 내년 축제에서 더 많은 한국 아티스트들을 초청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마리아 감독은 "'노름마치', '거문고팩토리' 등 3개 팀을 초청해 한국 음악을 집중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국악에 대한 반응이 워낙 좋아 시도하는 기획으로 지난 10년 동안 특정 국가에만 집중해 음악가를 여럿 초청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일본 등에서도 다년간 수학한 경험이 있어 아시아 음악에 대해서는 자타공인 전문가인 그가 유독 한국 전통음악을 편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설명하기 어렵다"던 그는 학생들의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국악을 들려주니 헤비메탈보다도 국악이 낫다고 하는 젊은 학생들이 많아 놀랐다. 이유인즉, 이 음악이 돈을 벌거나 상업적으로 꾸며낸 것이 아닌 '진짜' 음악이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나 역시 동의하는 바다."

사진제공=주폴란드 한국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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