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끌고 현대차 밀고… 증시 상승 탄력

자동차주, IT주 이은 주도업종 부각
박스권 장세 탈피 기대감도


삼성전자의 외로운 독주가 끝나는 것인가. 시가총액 2등주인 현대차가 ‘저렴한 가격’과 ‘견고한 성장세’를 무기로 급등, 사상 최고가(종가기준)를 기록하면서 2차 랠리를 위한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급등에 대해 “시장 에너지가 확산되는 순환매 장세의 신호탄”이라며 반색하고 나섰다.

코스피지수는 3일 19.99포인트(0.99%) 오른 2,049.28로 마감하며 2,050선에 바짝 다가섰다. 시총대장주들은 신고가 행진을 펼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이날 삼성전자는 2.77%(3만6,000원) 오른 133만5,000원에 장을 마쳐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하지만 이날 증시의 주인공은 삼성전자 보다는 현대차였다. 현대차는 이날 올들어 하루 최고의 상승폭인 6.25%의 급등세를 기록하면서 25만5,000원을 기록, 종가기준으로 사상 최고가에 올랐다.

미국의 3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가 시장 예상치 보다 높았고 중국의 PMI지수가 호전됐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가운데 현대차의 지난달 글로벌 판매가 2011년 보다 17.9%나 늘어났다는 소식에 상승폭을 키웠다.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주가 상승행진에 동참하면서 전문가들은 2월 이후 이어진 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비(非)삼성전자, IT주와 여타 업종의 ‘갭메우기’가 본격화되면서 상승에너지가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자동차주는 밸류에이션 매력과 실적모멘텀을 고루 갖췄다는 점에서 2차 랠리를 이끌 주도업종으로 꼽혔다.

실제로 최근 한 주간 국내 기관은 자동차 대장주인 현대차를 1,143억원어치 사들인 반면 정보기술(IT)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1,269억원어치 매도했다. 이를 업종으로 확대해도 유사한 흐름이 포착된다. 최근 한 주간 국내 기관은 IT주가 포함된 전기전자업종을 1,169억원어치 순매도한 반면 자동차주가 포함된 운송장비 업종을 6,15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들도 지난달에 현대차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주를 집중 순매수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장기간 소외됐던 자동차주의 상대지수(코스피지수 내 자동차업종의 시가총액 비중)가 최근 의미 있는 상승을 시도하고 있고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던 기관 수급도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IT업종의 가격 부담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자동차업종의 상대적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IT주의 주도력이 약해지고 자동차업종이 당분간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동차주가 본격적으로 바통을 이어받는 시기는 삼성전자의 1ㆍ4분기 잠정실적 발표 시기(4월 6일) 전후로 점쳐졌다. 삼성전자의 실적 기대감이 컸던 시기에는 잠정실적 발표 전후에 여지없이 차익매물이 몰리면서 상승 강도가 약해졌고 실적모멘텀이 강한 여타 업종으로 매수세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독주를 우려하는 시각도 많았지만 1ㆍ4분기 어닝시즌과 중국의 정책 흐름에 따라 이달 중 상승 강도가 완화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상이었다”며 “최근 들어 현대차를 비롯한 일부 업종 대표주들이 상승 반전의 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 역시 이 같은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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