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목표요? 최대한 많이 수출하는 겁니다. 국내 중고 휴대전화의 50%는 제가 수출하고 싶습니다." 중고 휴대전화 수출로 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김형섭(사진ㆍ28) 씨의 이야기다. 내버려두면 쓸모 없는 중고 휴대전화를 매입, 해외에 수출하는 김 씨는 남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소위 '장롱폰'에서 가치를 창출한 신종 수출역군이다.
부산의 사무실과 서울의 거래처를 오가고 있는 그는 '사장님'호칭이 어색할 만큼 어리지만 사업 경력은 짧지 않다. 대학생활도 잠깐 해 봤지만 강의실에 앉아 있는 비슷비슷한 학생들 틈에서 "졸업하고 결혼해서 애 낳고 남들처럼 살지는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며칠 만에 대학을 그만 둔 김 씨는 스무 살부터 당시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에서 근무하다 대리점을 시작했다. 현장에서 부딪쳐 가면서 휴대전화 유통을 배운 셈이다.
특히 "30대 안에 승부를 내자"는 생각에 지난 2011년부터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휴대전화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수출 사업에도 손을 댔다. 김 씨는 "소비자들이 고가의 휴대전화를 자주 바꾸면서 쏟아지는 중고폰의 경우 이동통신사의 보상기변 제도로는 5만원 밖에 못 받는데 실제 가치는 그 이상"이라며 중고 휴대전화 수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주된 판매처는 중국ㆍ일본ㆍ인도ㆍ중동 등이며, 지난 달에 2만대 정도를 수출해 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취급하는 기종은 400여종에 이른다. 그는 "국가별로 선호하는 모델이 다른 탓에 페이스북 등을 통한 현지조사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고 스마트폰이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사업 전망도 밝은 편이다. KT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연간 발생하는 중고 휴대전화는 2,280만대, 이 중 중고장터에서 유통되는 물량은 100만대, 이동통신사가 회수하는 물량은 320만대 정도다. 나머지 1,800만여대 중 스마트폰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김 씨에겐 호재다. 일반 휴대전화에 비해 비싸게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중고 휴대전화를 매입해 되파는 제도(SK텔레콤 T에코폰ㆍKT 그린폰)를 도입했지만, 국내에서 소화되지 않고 남아도는 물량이 아직까지 많다. 중고폰은 판로가 없을 경우 자원 낭비인 데다 자칫하면 그대로 버려져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김 씨는 "일본이나 인도 등에서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며 "국내 중고전화 중 최소 50%는 해외로 내보낸다는 목표"라고 덧붙였다.